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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의 글/두 글자의 사유

발전

숲길지기 2011. 6. 10. 04:34

세상의 변화를 재고 측정하는 기준은 많다. 사람들은 다양한 기준으로 세상의 변화를 측정해 그 의미를 읽고 해석한다.

 

발전이란 단어를 화두로 삼아 사회과학을 공부하는 나 같은 사람은 양(量)에서 질(質)로, 다시 격(格)으로라는 잣대를 가지고 세상의 변화를 재고 읽는 공부습관이 붙은 지 오래이다.

 

한 나라의 발전경로를 공부하면서, 나는 이런 틀에 따라 물질적 부를 이룬 나라도 국민생활의 질과 나라로서의 대외적 품격을 갖추지 못하면 이빨 빠진 동그라미로 평가절하하며, 그 빠진 부분을 채워 넣을 수 있는 방법론을 찾아주는 공부에 분주하다.

 

공부가 아직 여물지 못한 탓인지 몰라도, 물질적 부와 국민생활의 질, 나라로서의 격조높은 대외행동 등 이 3가지를 삼위일체로 완벽하게 갖춘 나라를 그리 많이 보지는 못했다. 대개 하나가 승(昇)하면 다른 두개가 처지고, 다른 두 개가 승하면 나머지 하나가 그만큼의 수준으로 올라오지 못하는 것 같다. 그래도 북구(北歐)의 몇몇 나라가 이런 삼위일체에 비교적 근접하려고 노력 중인 것으로는 얼핏 보인다.

 

사실은 이 세 가지 중 하나만 제대로 갖추기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미 세상은 이 세 가지의 저울로써 한 나라를 평가한다. 또 이 세 가지 저울이 균형을 찾아갈 때, 그 나라 국민의 삶이 평화롭고, 내부에서 서로 다투지 않는다.

 

대개는 부(富)를 기반으로 해 그 위에 대내적 질과 대외적 격이 갖춰지는 순으로 국가발전 단계를 설정한다. 나도 이에 큰 이의(異意)는 없지만, 부가 좀 약해도 발전을 포기하지 말고, 질과 격의 길을 가다듬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어차피 부라는 것은 아무리 높게 쌓여도 그것을 골고루 나누는 질(質)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무소용이다. 그런 나라는 밖에서 봐도 격이 떨어지는 나라로 폄하된다. 약한 부라도 그것을 나누는 질 높은 자율적 속박장치가 내부적으로 합의되어 있으면, 그 자율적 속박 아래 골고루 나누며 사는 것이 가능해지고, 그래서 그 내부가 평화로워질 수 있다. 그것이 밖에서 볼 때도 더 격조 높게 보인다.

 

그렇다면 발전은 물질의 영역이 아닌 마음의 영역이다. 소유보다는 존재의 영역이며, 물질추구보다는 마음 씀의 영역이다.  마음의 부 위에서 소유량보다 존재의 질을 높게 할 때, 내부적으로 평화로운 마을이 만들어지고, 밖에선 소유는 미미하지만 존재감은 창대한 나라의 사람들로 인정하며 격조 높은 찬사를 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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