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미국의 자연과 문화

태평양 해안에서 플라톤의 동굴을 보다----Sea Lion Cave

숲길지기 2011. 4. 14. 12:59

   중부 오레곤 코스트의 해안도로를 달리다 보면, 바다사자들이 대거 서식하는 바다동굴이 하나 나온다. 이름하여 Sean Lion Cave(바다사자 동굴)!

   깎아지른 듯한 큰 절벽 밑으로 오랜 세월 바닷물이 넘나들며 자연적으로 형성된 바다동굴이다. 이 동굴은 그 안에 있는 너럭바위 위에 바다사자들이 모여 잠도 자고 놀기도 하는 바다사자들의 천혜의 서식지이다.

   무려 12달러나 내고 구경하러 내려간 이곳 동굴에서 실컷 먹고 바위에 누워 잠만 자는 바다사자들만 구경하고 나오기가 멋적어, 카메라 앵글을 이곳저곳 잡아보다가, 문득 동굴 입구 쪽으로 바닷물과 함께 한줄기 빛이 기어들어 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어두운 동굴의 세계와 밝은 빛의 세계!    갑자기 이곳이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에 꽤 합당한 장소란 생각이 들어, 그의 동굴의 비유가 무엇을 의미하려 했는지를 잠시 생각해 보았다.

   동굴 속에서 보이는 것만이 진리라는 아둔한 생각에서 벗어나, 힘들더라도 저 햇빛을 쫒아 동굴 밖 빛의 세계, 즉 이데아로 나아가려는 창조적 고통이 있어야만, 우리가 세상의 권력자들에 의해 덜 휘둘려지고, 자기 뜻대로 세상을 궁구(窮究)할 수 있다는 단순한 진리를 다시금 되새겨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