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그늘 (5)
세상은 스토리 텔러 (포토 에세이 블로그)

건물 사이로 해와 달이 깃들며 사람사는 세상에 햇빛과 달빛을 선사합니다. 햇빛은 사람들 추운 마음 덥혀주며다시 희망을 떠을리게 하고 달빛은 사람들 그늘진 마음 위무하며 용기를 내도록 독려합니다. 삶이 춥고 마음에 그늘이 짙을 땐 밖으로 뛰쳐 나와 고개 들어 해님, 달님 보며 해님의 양광(陽光)과달님의 음덕(陰德)으로 힘 한자락씩 얻어가면 좋겠습니다.

얼마 전만 해도 쌀쌀했던 날씨가 갑자기 여름 날씨로 바뀌니양지를 찾던 발걸음이 이젠 자주 그늘로 향합니다. 그늘은 종 다양성을 자랑합니다. 기와집 지붕 그늘은 품이 넓어 땀 식히기 좋고, 골목길 담벽 그늘은 리드미컬해, 행인의 발걸음도 덩달아 경쾌해집니다. 뭐니뭐니 해도 그늘의 지존은 나무 그늘입니다. 겨울의 헐벗은 나목이 한여름의 성목(成木)이 되어넓고 시원한 그늘을 선사해줄 날을 손꼽아 기다려봅니다.
기후변화 탓인지 연이은 열대야로 잠을 설치는 요즘입니다. 평소엔 새벽에 기상하는데 열대야로 잠을 설쳐서인지 머리가 무거워 잠시만 더 누웠다가 일어나려 한 것이, 오늘은 그만 늦잠으로 연결되고 말았습니다. 간만의 늦잠으로 인해 오전의 가처분 시간은 엄청 줄었습니다. 아내가 몸이 안 좋아 아침부터 엄빠 노릇으로 부산도 좀 떨었습니다. 과일을 씻어서 출근길 애들 아침식사를 돕고, "독한 약을 먹어야 하니 밥을 든든히 먹고 싶다"는 아내를 위해 난생 처음 혼자 미역국도 끓이고 잡곡밥도 많이 했습니다. 아침, 점심 차리느라 비오 듯 땀을 흘렸지만, 식후 잠시라도 걷지 않으면 소화에 문제가 있어 점심을 먹은 뒤 산책을 나갔습니다. 불볕더위로 인해 한낮의 뙤약볕 아래를 걷기가 힘겨워, 자연히 발걸음은 큰 건물 옆이나..

세상만물은 햇빛과의 각도만 맞으면 다 그늘을 만들어냅니다. 덕분에 이기주의가 판치는 세상이지만 그늘 인심만큼은 넉넉합니다. 길게 드리워진 그늘 안에서 더위에 지친 사람들 안식을 얻고, 땡볕에 놓인 풀과 꽃들도 어느새 기력을 회복합니다 그늘은 때론 절집과 합심해 이렇게 멋진 그림 한 점 선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