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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스토리 텔러
제가 살고 있는 W시엔 천(川)이 두 개 있습니다. 시의 남쪽에 하나, 북쪽에 천이 하나 더 있습니다. 오늘은 그중 남쪽 천의 천변공원에 있던 나무 얘기를 잠시 해볼까 합니다. 천변공원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산수유나무 군락지가 있었습니다. 공원 산책로를 따라 양쪽으로 산수유나무가 길게 심어져 있어, 봄엔 노란 산수유꽃들로 가득한 천변공원을 걷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산수유 꽃구경을 할 요량에 해마다 설레는 마음으로 봄을 기다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재작년인가 그 산수유나무들이 거의 다 뽑히고 대신 벚나무가 심어졌습니다. 제 생각엔 몇년만 더 지나면 산수유나무들이 완전 성목(成木)이 되어 천변공원에 꽤 근사한 산수유 나무터널이 등장할 것으로 한껏기대했습니다. 그런데 그 멋진 산수유나무들이 사라진 것..
산이 저녁요리를 시작합니다오늘 요리는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먹는 좀 별난 요리입니다 식당 테라스에선 멋진 산과 산정상에 걸린 구름, 산 아래 옹기종기 둥지를 튼 마을과 집들이 내려다 보입니다. 그것들을 눈요기하며 눈으로 먹고 마음으로 맛보는 특식이 산 쉐프가 준비한 ‘오늘의 메뉴’입니다. 산 쉐프는 행여 음식에 머리카락이 들어갈까봐 구름 머리띠를 단단히 두릅니다. 허리엔 산 그림자 앞치마도 길게 두릅니다.------------------------------------------------!! 어느새 산이 만든 경치 음식 한그릇 뚝딱 식탁에 놓입니다. 이젠 천천히 음미하며 찬찬히 맛을 즐길 시간입니다
저 멀리 설산과여기 고원(高原)의 고요함. 개미처럼 작아져 존재감 잃은 사람들과얇은 실핏줄처럼 겨우 흐르는 오프로드 찻길. 도시 안의 존재들이 한없이 작아지고온통 자연만이 가득하니 계곡 안의 평원은절대고독의 경지를 이룹니다. 허나 만년설에서 녹아내린 강물이 흐르고용천수도 쏟아오르며귀엽고 기괴한 모양의 돌바위들도 간혹 눈에 띕니다. 설산에서 달려온 거센 바람에 힙겹게 흔들리지만 몇송이 꽃의 실존도 그저 경이롭기만 합니다. 이곳은 도시의 눈으로 보면 텅 비었지만 자연의 눈으로 느끼면 뭔가로 꽉 채워진 곳! 한마디로 ‘텅빈 충만’인 곳입니다
예레반의 캐스케이드 전망대에 오르는 길은 2가지. 숱한 계단을 하나하나 제 발로 오르며가끔 뒤돌아 서서 예레반 시내를 조망하는 방법 하나. 실내 에스컬레이터로 편하게 오르내리는 방법 또 하나. 초행길인데다가 꽤 늦은 시간에 전망대에 올라야 해서,처음엔 계단을 걸어 올라가다가 중간부턴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는 편법을 택해봅니다. 편법의 택함은 불행 중 다행, 전화위복의 느낌도 살짝 듭니다. 바깥의 스펙터클한 야경경관을 보는 장쾌한 맛은 없지만실내 에스컬레이터로 잠시 오르며 보는 눈요기감도 절대 무시 못합니다. 에스컬레이터 옆의 설치미술을 보는 재미가 꽤나 쏠쏠했기 때문입니다. 아르메니아라는 다소 생소한 나라, 특히 수도 예레반에 대해선 솔직히 거의 무지했는데, 캐스케이드 콤플렉스의 야경경관과 실내 ..
오랜 강권통치와 시대착오적 권력세습, 그래서이에 저항한 민중의 유혈시위가 일어났던 곳. 그나마 석유, 가스 등 자원경제 덕에 제2의 두바이를 꿈꾸는대표적 ‘세속도시’일 거라는 선입견과 달리, 아르바이잔의 수도 바쿠는 숨겨진 문화도시였습니다. 전통과 현대가 멋들어지게 앙상블을 이루는 구시가지의 매력은 물론, 도시 곳곳의 동상도 힘 꽤나 쓰고 돈으로 행세 부리는 사람들이 아니라시인, 작곡가, 오페라 가수를 기리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바쿠 구시가지엔 세계적 수준의 미니어처 북 박물관도 있습니다 시내 곳곳에 정원과 공원도 많습니다. ------------------------------------------!!! 코카서스 여행을 떠나기 전 스포일되지 말자며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를 ..
줄줄 흘러내리던 용암이 급격히 식으며 마치 츄러스처럼 생긴 숱한 돌기둥들이 주렁주렁 절벽에 매달립니다. 그 아래 잠시 서면 무시무시한 돌기둥에 깔려 바로 질식사할 것 같은 공포감이 살짝 듭니다. 허나 용기를 내어 돌기둥 아래 서서 위를 쳐다보면 돌기둥 하나하나가 살아 움직이는 듯한 묘한 생동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좀더 오래도록 올려다보면 돌기둥이 따로따로 놀지 않음을,서로 무리를 이루며 독특한 원시 자연경관을 빚어내고 있음을 발견합니다. 잠시 타임머신을 타고 주상절리가 생성될 당시의 먼 옛날로 날아가봅니다.작은 돌기둥이 되어 주상절리의 한 부분으로 남아 영생하고픈 마음도 살짝 듭니다.
아제르바이잔- 조지아 국경에서도트빌리시와 무츠헤타의 관광지에서도길에 누워 잠의 세계에 깊게 빠진 개들을 숱하게 보았습니다. 천성이 게으른건지 아니면 먹을 것이 부족해 영양실조에 걸려 지쳐서인지개들은 장소를 불문하고 쓰러져 있었습니다 그나마 큰 개들이 사납게 짓지 않고 여행객에게 달려들지 않아 다행이었습니다. 단, 트빌리시 5성급 호텔 정문 앞을 지키던 덩치 큰 두마리 개만 예외였습니다.이놈들은 인근 슈퍼에 물건사러 가는 여행객 뒤를 졸졸 따라오다가 봉투 속 먹을 것을 노리고 달려들어 조금 곤혹을 치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성삼위일체 성당의 견공(犬公)에겐 그런 게으르고 치졸한 모습이 전혀 안 보입니다. 땅의 주인인 사제들을 닮아서인지 조용히 격조높은 걸음으로 산책 중입니다. 수도원 길을 걸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