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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스토리 텔러 (포토 에세이 블로그)

아프리카 속담에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죠. 여기 빨간 나뭇잎은 뭐가 그리 급해 벌써 단풍모드인가요? 왜 혼자만 서둘러 늙어가나요? 함께 가야 늦가을까지 멀리 갈 수 있습니다. 그래야 아름다운 소멸의 시간을 맛볼 수 있습니다. 재촉하던 길 이제라도 잠시 멈추고 옆의 푸른 잎 친구들과 눈 맞추며 천천히 익어가면 좋겠습니다.

길 위 낙엽을 카펫으로 삼고 가을 바람소리를 음악으로 깔며 단풍나무 아래 노천카페 하나 만들어집니다. 달콤한 단풍잎 라테 한 모금 절로 입에 고입니다.

산엔 곱게 물든 나무들 가득하고, 그놈들 덕분에 가을산은 인테리어 숍으로 탈바꿈합니다. 산 곳곳에 단풍 커튼이 길게 드리워지고 단풍 벽지가 멋지게 발라져 있습니다. 산 찾은 나그네 마음에도 단풍 페인트 한 자락 진하게 물듭니다.
잎 공화국이 벌레 나라와 가을 공화국의 연합작전을 받아 만신창이가 되었는가요? 가을 공화국의 날카로운 칼날에 베어 선혈이 선명한 곳도 있고 벌레 나라의 집중포화를 맞아 구멍이 뻥 뚫린 곳도 있네요. 그래도 재미있는 것은 한바탕 치른 전쟁의 결과가 잎 공화국의 코믹한 얼굴을 ..
이렇게 고운 단풍 잎색은 처음 봅니다. 저렇게 부드러운 단풍잎 살갗도 처음 느껴봅니다. 요렇게 농익은 단풍 냄새도 무론 처음이지요. 단풍잎 한 장이 나의 무딘 오감(五感)을 마구 깨웁니다. 가을 단풍잎과 진한 사랑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다운타운에 주차를 하고 밖으로 나오니 비가 억수로 쏟아진다. 30분 정도 길을 걸어 문화구역(cultural District) 쪽으로 다가오자, 비가 그치고 싱그러운 가을바람 내음 속에 단풍잎들이 눈앞에 펄럭인다. 포틀랜드의 문화구역엔 박물관, 미술관, 문화예술센터, 교회건물 등이 즐비하지만, 오늘은 고즈넉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