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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스토리 텔러 (포토 에세이 블로그)

집문을 나와, 25분 걸으면 이 길 앞에 섭니다. 저 멀리 원색의 콘테이너 구조물은 올여름부터 새로 인연을 맺은 배움터. 35년 가르치는 위치에 있다가정년을 앞두고 새로운 악기랑 친해 보려고 학생의 길을 갑니다. 매사 성질이 급해 직진만 해온 서생 앞에적당히 휜 곡선의 길이 놓여 있습니다. 이 곡선의 길을 일주일에 한번씩 오가며 반려 악기 하나 더 손에 쥘 수 있으면 더 바랄 게 없겠습니다.
[행복은 자전거를 타고 온다], [학교 없는 사회], [병원이 병을 만든다]의 저자 이반 일리히는 말합니다. “우리는 스스로 걷고, 스스로 배우며, 스스로 치유해 왔다.” 그러나 산업주의 시대의 속도효율과 물질적 풍요 예찬은, “소비자가 왕이다”란 구호 아래 대량생산-대량소비 식의 시장적 가치관을 맹신하게 합니다. 그 결과 교통, 교육, 치료 등 종래의 자급(自給) 영역이, 이젠 남들이 제공해 줘야 겨우 이용할 수 있는 타율적 공급시스템으로 대체되었습니다. 공부는 학교에서, 치료는 병원에서, 웬만큼 걸을 수 있는 곳까지의 이동도 자동차에 의존하게 되었습니다. 이반 일리히의 말대로 “자율의 영역에서 학교화, 의료화, 가속화 등 비(非)자율화가 확대된” 것입니다(박홍규, [이반 일리히: ..

이 세상에서 제일 멋진 집은 꽃밭 속의 집 입으론 들어오는 것 하나 없어도 눈으로 실컷 먹고, 코로도 잔뜩 맛볼 수 있는 집 그 다음으로 좋은 집은꽃밭 인근의 집. 지친 몸으로 집을 향할 때, 진종일 수고했다며꽃들이 반갑게 마중 나오는 집. 걱정 반 설렘 반으로 집을 나설 땐, 꽃들이 진심을 다해 응원해 주는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