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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스토리 텔러 (포토 에세이 블로그)

걷는 사람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만인에게 개방된 그늘길이 있는가 하면, 자기 가게 손님만 햇볕 피하도록 조성된 상업적 그늘길도 있습니다. 상혼(商魂)이 짙은 그늘길에선 돈 없는 사람은 그늘의 주인이 되기 어렵습니다. 돈 있는 사람에게만 제공되는 배타적 그늘길보다는 만인이 공유할 수 있는 그늘길이 더 자주 눈에 띄고 더 넓게 자리해, 우리 모두 한여름 불볕 더위에서 자유로워지길 기대해 봅니다.

날이 더워지자 시원한 나무그늘 우선 찾게 되고 시원한 강가로 향하는 우리들 발걸음도 부산해집니다. 올여름 폭염과 열대야가 벌써부터 걱정되는데요. 코로나 19로 인한 실내 에어컨 바람의 부작용 땜에 더 그렇습니다. 허나 덥다고 걱정하고 하소연만 하고 앉아 있을 수는 없습니다. 잘 찾아보면 집 주변 곳곳에 드리워진 나무그늘은 적지 않습니다. 다리품을 팔면 인근의 시원한 강바람도 즐길 수 있습니다. 나무들은 그늘 활짝 펼치며 지친 사람들 다 품에 안아줄 것입니다. 시원한 강바람 한 줄기는 그야말로 일상의 오아시스겠지요. 여름이라는 기후사막을 무사히 건너기 위해선, 일상에 최선을 다한 뒤 짬을 내어 나무와 강 곁으로 다가가는 발걸음만 있으면 됩니다.
꽃이 다 떨어진 연꽃대는 연꽃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처음엔 나날이 커가는 연잎의 생장속도에 놀라고, 연꽃이 한창일 땐 그 고운 색깔에 반했지요. 꽃잎 다 떨어진 지금 연자방(연씨 집)의 동그란 자태는 초가을 따스한 햇빛과 시원한 바람을 즐기는 자연 미인의 환한 미소 같네..
옛적의 허수아비는 허름한 옷으로 무장했지만 이곳 텃밭 위 허수아비는 양복 상의에 넥타이까지 매고 한층 치장했네요. 빨강색 화이버는 압권입니다. 그야말로 신세대 허수아비의 전형입니다. 낱알 주워 먹으러 온 새들 신세대 허수아비의 등장에 경계의 눈빛 매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