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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스토리 텔러 (포토 에세이 블로그)

가을이 되니 이곳저곳 여기저기서 공연이 꼬리를 뭅니다. 주말 오후엔 여기저기서 열리는 공연시간에 맞춰 쫓아다니기도 바쁠 정도로 동네에 아름다운 선율이 자주 흐르고 그만큼 동네가 음악으로 무르익어갑니다. 내가 낸 세금이 서비스로 돌아오는 것이 피부로 체감되지 못해 ‘그 많던 세금은 다 어디로 갔을까’ 강한 의구심이 들 때가 많은데 가을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문화공연만은 이런 의구심을 싹 지워버립니다 "돈 버는 것은 기술, 돈 잘 쓰는 것은 예술"이란 말이 있는데, 돈 잘 쓰는 것이 예술임을 가을공연 등 예술이 잘 보여줍니다.

화려하게 피어나 잠시나마 봄꽃다운 존재감 확연히 드러내다 바로 시들어가는 꽃. 사랑을 알리고 확인하기엔 일생이 짧아 애절함을 자아내는 슬픈 꽃. 그래서 백목련의 꽃말은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 짧고 굵게 살다가는 처연함의 상징 꽃. 백목련보단 덜 화려하지만 굵직한 밀도감과 그렇기에 왠지 모르게 안도감을 은은히 자아내는 꽃. 그 안도감과 무게감에 의지해 경외의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가고픈 꽃. 그래서 자목련의 꽃말은 '숭고한 사랑, 고귀함의 상징.' 은은함과 고고함으로 사람을 잡아끄는 매력덩어리 꽃.

소리 소문도 없이 봄꽃이 세상을 점령하기 시작합니다. 꽃들은 점령에 속도를 내며 주둔지인 세상을 하루가 다르게 변화시킵니다. 사람들은 봄꽃 부대의 점령과 주둔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아니 마냥 반기는 자세입니다. 봄꽃 점령군은 겨우내 움츠러든 우리 몸을 펴주는 헬스 트레이너입니다 추위로 얼어붙었던 마음에 활기와 희망을 나눠주는 해방군입니다.

삭막한 일상만 걷던 허무한 발걸음이 지천으로 깔린 낙엽 카펫 위에선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변신합니다. 내 마음에 주단을 깐 듯 발아래 낙엽의 풍요 속에 경쾌한 발걸음으로 나아갑니다.

가을을 상징하는 색채는 다 모였습니다. 어느 색깔 하나 빠짐없이 다 동참합니다. 때 맞추어 모두 찾아와 서로 어깨동무하니 총천연색 가을 동창회가 시작됩니다.

구름은 주로 흘러가지만 때론 마구 달려갑니다. 긴 꼬리 휘날리며 뛰어갑니다. 달리는 구름 따라 같이 달리면 세상나들이 길 하나 활짝 열립니다

해가 있어 도시의 낮은 환히 빛나고 달이 있어 도시의 밤은 덜 외롭습니다. 낮을 밝혀주는 해의 양광(陽光)과 밤을 보듬어 주는 달의 음덕(陰德)으로 오늘도 우리의 하루는 완성됩니다.

진종일 하늘을 뒤덮던 먹구름 사이로 늦은 오후 햇살 한 조각 얼굴을 내밉니다. 먹구름 짙은 우리네 세상살이 끝에도 희망의 햇살은 조금씩 돋아날 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