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저녁하늘 (6)
세상은 스토리 텔러 (포토 에세이 블로그)

승리의 도취감에 잔뜩 들떠 하루를 마감하든 패배의 쓰디쓴 술잔 앞에서 애써 하루를 접든 하루 일과의 매듭은 필요합니다. 오늘 매듭을 잘 지어야 내일을 힘차게 시작할 수 있습니다. 하루 일과의 끝자락에서 문득 올려다 본 저녁하늘에 석양이 토해낸 노을 한 자락이 머물고 있다면 우리 몸엔 짧지만 달콤한 휴식이, 우리들 마음엔 평온한 안식이 깃들 수 있습니다.

한낮의 무더위가 끝나면 용광로 같던 대지의 열기도 식고 먼 곳으로부터 시원한 바람 한줄기 불어옵니다. 저녁 하늘은 긴장 풀린 구름떼가 춤추며 그려놓은 한 폭의 수채화로 변신하고, 화룡점정의 석양 한 모금이 조용히 저녁 풍경화를 완성합니다

칠흑 같은 밤은 아직 당도하지 않았습니다. 하루 일과를 매듭지을 시간은 좀 남아 있습니다. 미처 마무리 못한 일이 있다면 지금 바로 해치우시면 됩니다. 허나 꼭 그래야 할 긴박감과 절박함이 없다면 덜 닫힌 저녁하늘 넌지시 바라보며 짐짓, 마음의 여유를 내보는 것도 썩 괜찮은 일입니다. 저녁하늘의 틈새를 삶의 여백으로 삼아 오늘의 쉼표를 과감히 찍고 안온한 시간 보내며 내일을 기약한다면 당신은 이미 마음부자입니다
때 이른 달의 출현이 싫었던지 저녁구름 한 자락 급히 달려와 초저녁달을 슬쩍 덮어버리네요. 초저녁 하늘을 먼저 차지하기 위한 구름과 달의 옥신각신 실랑이를 즐기며 귀가길 서둘러 봅니다.
저녁산책 길은 구름이 펼치는 라이브 쇼를 즐기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어느 날은 다종다양한 구름이 저녁하늘에 멋진 수를 놓고, 어느 날은 각양각색의 구름이 저녁하늘을 아름답게 물들입니다. 초저녁 하늘에서 펼쳐지는 구름 쇼 보는 재미에 취해, 저녁 산책이 은근히 기다려지는 요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