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스토리 텔러 (포토 에세이 블로그)
숲에서 배우는 생태적 가치 본문
숲에 들어가면 찌뿌둥했던 몸이 금새 깨어나고, 세상사에 치여 심난했던 마음도 어느새 평온을 찾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사람의 육체적, 정신적 병을 고치기 위해 숲의 치유 효과를 활용하는 그린 힐링(green healing) 기법이 적극 개발되고 있습니다.
숲은 물론 이런 웰빙적 가치 이상의 선물을 우리에게 줍니다.
숲속 생물들의 존재방식이나 생존전략을 가만히 관찰해보면, 사람들이 살아가는데 응용해 볼만한 ‘생태적 가치’를 다음과 같이 발견할 수 있습니다.
자연계를 상징하는 숲속 나무와 풀들은 생장(生長) 공간과 햇빛 등의 광합성 자원을 놓고 서로 치열하게 ‘선의의 경쟁’을 벌입니다.
그러나 식물들은 과도한 경쟁은 피하고 자신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서로의 성장시기를 달리하며 햇빛에 대한 각자의 욕구를 분산시키는 ’차별화 전략’도 펼칩니다.
숲속 나무들은 대개 한 곳에 뿌리를 내리면 그곳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며 자신의 삶을 적응해 갑니다. 예컨대 곡지(曲支)는 나뭇가지나 나무줄기의 휨 현상을 말하는데, 이는 햇빛을 조금이라도 더 받기 위해 나무가 남긴 ‘환경적응’의 흔적입니다.
숲속 나무들은 늦가을이 되어 영양분이 부족하면 더 이상의 에너지 낭비를 막기 위해 스스로 잎이나 아래가지를 떨구어냅니다.
우리는 나무들의 이런 ‘자율적 구조조정’의 다른 예로서 연리지(連理枝) 현상을 들 수 있습니다.
연리지는 인근의 두 나무가 다 병충해를 이겨내지 못하면 병들어 죽기 전에 서로 달라붙어 한 몸이 된 뒤 혼자일 때보다도 더 거대한 나무로 성장하며, 병충해 등 외부의 재해를 이겨내려는 나무들의 필사적 노력의 결과물입니다.
식물은 혹독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특이한 외모도 갖춘다고 합니다. 나도개미자리, 괭이눈 등 키 작은 식물은 함께 뭉쳐서 예쁜 돔(dome) 모양을 형성합니다. 이는 열악한 환경에 공동 대응해 바람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자체 밀집(密集)으로 인한 보온효과를 통해 냉해를 극복하려는 그들 나름의 ‘자생적 생존’ 전략입니다.
식물은 표고(標高)가 높아질수록 강풍과 추위에서 살아남기 위해 키를 낮춥니다. 반면 뿌리는 길어지게 하고요. 식물들은 땅속에 멀리 있는 물줄기를 찾기 위한 에너지를 보존하기 위해 줄기를 줄여 키는 작아지게 한 대신 뿌리는 멀리까지 뻗어 물줄기에 닫게 하는 '환경개척'의 방법을 발견해 낸 것입니다.
뭐니뭐니 해도 숲속 사회의 최고 덕목은 ‘공생(共生), 협력’ 정신이지요. 예컨대 노간주나무는 나무가 자라기 어려운 바위나 돌 틈에도 뿌리를 내리는데, 그러면 진달래 꽃씨가 그곳으로 날아와 예쁜 꽃을 피웁니다.
숲에서는 낙엽더미나 고사목조차도 벌레와 새들이 살아가는 데 없어선 안 될 생의 터전이자 식물 자신들의 생장조건으로서 공동 활용된다고 합니다.
식물은 꽃가루받이에 도움이 되는 곤충들을 유혹하기 위해, 뛰어난 ‘정보처리 및 소통능력’도 갖고 있습니다. 일례로 난초과의 한 식물은 수파리를 꾀기 위해 암파리와 같은 색의 꽃잎을 피웁니다. 달맞이꽃은 밤나방을 유혹하기 위해 하얗게 피어나 황혼 무렵엔 더욱 강한 향기를 풍기기도 합니다. 이는 충매 작용을 위해 그들의 위치를 곤충에게 알리는 일종의 정보 게시판이지요.
지금까지 살펴본 숲의 다양한 존재방식은 식물세계가 자연 속의 고난을 이겨내며 스스로 찾아내고 이루어낸 다양한 생존법입니다.
생태주의자들은 인간 역시 자연계의 일부이므로, 인간사회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들의 적지 않은 해답을 수십억년 진화의 산물인 자연생태계의 이런 비법들(wild solution)에서 찾아낼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자본주의의 냉혹한 시스템 속에서 우리에게 요구되는 필수 덕목인 공생,협력의 정신은 물론, 환경적응력, 자율적 구조조정력, 자생적 생존력, 소통능력 등은, 이미 자연 속에선 오랫동안 실천돼온 생태계의 지혜입니다.
우리는 이를 '생태적 가치'로 명명하고, 낮은 데로 임해 찬찬히 배우고 터득하면서 인간사회의 생태 친화적 재구성에 한껏 응용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배우고자 마음을 먹으면 우리의 스승은 사방 도처에 있습니다. 공자도 제자에게 배웠고, 때론 아이의 순진한 눈망울과 거짓 없는 마음에서 어른들이 배울 것이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가까운 곳에 진리가 있다”는 얘기는 정말 맞는 말입니다. 우리가 낮은 데로 임한다면, 자연 속 생명체들의 삶에서도 우리가 배워서 응용해볼만한 것이 무궁무진합니다.
생태적 가치 및 그것의 인간사회에의 현실적 응용과 관련해 참고하시면 좋은 글(이 글을 작성하는데 도움된 책들이기도 함)들을 소개해 보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참고하시면 좋은 책들>
우종영. [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 랜덤하우스 중앙.
윤석철. [경영,경제,인생 강좌]. 위즈덤 하우스.
이도원. [생태 에세이(상)]. 사이언스 북스.
이도형. [생태주의 행정철학: 생태관료 육성의 철학적 기반을 찾아서]. 이담북스.
이성규 글, 김정명 사진. [백두산 툰드라지역 식물의 살아남기]. 대원사.
차윤정. [숲의 생활사]. 웅진 닷컴.
최소영. [숲은 더 큰 학교입니다]. 랜덤 하우스.
'생태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개발과 보전의 갈림길에 서서 (5) | 2025.05.09 |
---|---|
자연과 친구 맺으며 생물 계절학 맛보기 (4) | 2025.04.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