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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스토리 텔러 (포토 에세이 블로그)

마음 고요를 위해 산사를 찾았습니다. 들뜬 마음이 가라앉으니 침침한 눈과 막혔던 코가 조금씩 열립니다. 멀리 청산(靑山)이 보이고 산들바람에 묻어온 꽃내음도 느껴집니다. 귀도 열립니다.산들바람에 깨어난 풍경소리가 들려옵니다. 일순 마음고요의 찰나를 맛봅니다.
생태에세이를 쓰려다 보니 개발에 대한 얘기를 피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먹고살기 위해 땅을 파헤치고 건물을 올리다 보면, 산을 뚫고 강을 막아 큰길을 내다보면, 국토산하(山河)가 망가지고 자연생태계를 교란시키는 등 막대한 부정적 영향이 가해지기 때문입니다. 물론 개발을 해야 따뜻한 잠자리가 보장되고 일자리가 창출됩니다. 그렇다고 먹고사는 문제에만 치우쳐 과도한 개발이익이 야기하는 인간서식지 파괴를 마냥 외면할 수도 없습니다. 개발과 보전의 갈림길에서 균형감각을 유지하는 생태 마인드와 생태친화적 정책지혜가 긴요한 시점입니다. 그런 점에서 얼마 전에 인터넷에서 다운받아 읽은 [남기고 싶은 국토개발 이야기](김의원 저, 국토연구원 발행 비매품)는 지난 개발연대 하에 전개된 국토개발의 공과..

길이 놓여 있습니다.길은 끝이 안보입니다. 끝없는 길을 가야 합니다.다행히도 곡선의 길이 높여 있습니다. 하천의 직강(直江)화가 큰비에 홍수를 유발하듯이,직선의 길은 속도효율을 조장합니다. 그래서 가다가 금새 지치게 하며 숱한 뒤탈을 낳고 끝내 좌절의 고통을 안깁니다. 사행(蛇行)하천이 유속을 조절해 범람을 막듯이,뱀 기어가듯 꾸불꾸불한 곡선의 길은 속도제한을 유도합니다. 그래서 찬찬히 안전하게 끝까지 갈 수 있습니다.

녹색 잎은 신랑 잎건강한 잎, 잎다운 잎 그래서 잎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잎 적색 잎은 신부 잎마음 따듯한 잎, 아름다운 잎 그래서 잎의 미학을 상징하는 잎 오늘의 주례 선생님 가로등이 은은한 불빛을 선사하며 청단풍과 홍단풍의 성혼(成婚)을 선언합니다.

여기 한 줌 흙을 터전 삼아한껏 꽃 피우고 발돋음하는 몇 송이 야생화는 사람들이 한번쯤 읽어봄직한 의미있는 텍스트입니다. 옛 선조들의 땅에 대한 철학을 한눈에 보여주기 때문이죠. “30.3cm의 땅(地)도 대단한 것으로 여겨 넓은 땅으로 대하고, 3.03cm의 한 푼어치 흙(土)도 경작 가능한 땅으로 소중히 여긴” 옛사람들의 척지촌토(尺地寸土) 정신을 잘 보여줍니다. “우리의 산하는 평등하므로 내가 어디에 놓여 있다 해도 다 살만한 곳”이라는 선조들의 평등산하 하무처(平等山河 何無處) 정신도 읽어낼 수 있습니다(박태순, [나의 국토, 나의 산하] 참고). 사는(live) 곳을 사는(buy) 것으로 왜곡하며 영끌하다가 빚더미에 갇혀이도저도 못하는 우리의 한심한 모습을 한번쯤 성찰하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