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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스토리 텔러 (포토 에세이 블로그)
시인 본문
시인은 손에 든 물질은 약해도 마음은 작지 않은 사람들이다. 세상의 본질을 들여다보는 마음의 눈이 크며, 주머니 안의 쌈지 돈은 작아도 세상의 진실과 아름다움을 지어내는 상상력의 종자돈은 크게 갖고 있다.
시인은 자신이 쓸데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귀찮아 다 버리되, 남이 쓸데없다고 버리는 그 무엇을 소중히 여기고 애써 지켜내려 한다. 그들은 원래 쓸데없는 것은 속에서 비어 놓아야 쓸데 있는 다른 무엇으로 속이 채워질 것이라고 생각하며, 쓸데없는 것의 비어 있음을 구차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쓸모 있음과 쓸모없음의 분별조차 인간의 이기심이 작동해 만든 판단의 함정이지만, 세속적 욕망을 굳이 외면하는 시인의 분별엔 신뢰가 간다.
시인은 덩치는 작아도 비겁하지 않다. 옳고 그름에 대한 생각이 분명하고 부끄러운 짓에 대한 면역체계가 없어, 부끄러워 낯이 얇아야 할 때는 누구보다도 낯이 얇다. 그래서 부끄러운 세상 짓거리에 대해선 목숨을 마다 않고 준열히 꾸짖는다. 물론 세상의 이치에 대한 공부가 반듯해, 세상의 본질에 심지를 밝히며 우리가 나가야 할 길을 먼저 응시한다.
시인은 “ 자신이 쓰다 남은 볼펜 한 자루라도 그것을 대신 써야할 사람이 생기면, 그것을 그의 손에 살며시 쥐어준다 ”(창비문학 블로그의 박성우 시인 말 인용). 그 볼펜 한 자루의 유용성을 잘 알기 때문이다.
펜이 총보다 무게감 있는 세상이 오길 고대하는 자가 바로 시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