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스토리 텔러 (포토 에세이 블로그)
장소(place)로서의 도시를 기약하며 본문
가끔 시내로 나가 바람을 쐰다.
주로 광화문이나 종로 쪽이 주된 방문지이다.
그곳에 가면 신간서적을 통해 최근의 출간동향과 세상의 관심사를 파악할 수 있는 서점들, 그림이나 조각을 공짜로 실껏 구경할 수 있는 화랑이 즐비하다. 멋진 도서관들도 있다.
이곳저곳의 활기찬 대로(大路), 아무데나 불쑥 찾아들어가도 반갑게 맞아주는 작은 골목들이 다 저마다 특색을 자랑한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얼굴표정과 옷무새도 각양각색이라, 어지러운 머리 식히고 빠질 듯 아팠던 눈 쉬게 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방향을 바꿔 서촌에 가면 아기자기한 가게와 고풍스런 동네 속의 정취가 물씬 풍겨온다. 시장통에서 사먹는 음식과 떡 맛도 참 좋다.
동대문쪽이나 청계천변의 시장에 가면 자유분방한 사람들 동선의 부딪힘이 주는 역동성과 삶의 활기가 신선하게 다가오고 이것저것 진귀한 물건들을 실컷 눈요기할 수 있다. 가끔 빈대떡에 막걸리 한잔의 풍요도 언제나 보장된다.
요새는 시내에서 외국 사람들도 정말 눈에 많이 띈다. 중국인, 일본인은 물론 서양 관광객도 부쩍 늘어난 느낌이다.
그곳에서 나는 그간의 무거웠던 마음을 내려놓고 오랜만의 자유로움과 여유를 맛본다. 가끔은 꽁꽁 닫혔던 머릿속에서 기발한 생각이 문득 떠오르기도 한다.
그러면서 이 모든 것들이 주는 여유로움과 평온함, 또 새로운 사유의 흔적에 고마워하고 한동안 그것들이 내 몸과 마음에서 빠져 나가지 못하도록 스스로에게 주술을 건다.
“이곳의 모든 풍광과 공기가 어리석음에 지친 저를 쉬게 하시고 못난 저의 마음에 한줄기 빛이 되게 하소서”
도시는 여러 가지 얼굴을 가진다. 누군가에겐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주는 일터가 있는 곳, 누군가에겐 생활에 필요한 각종 정보와 지식을 얻는 학교 같은 곳, 또 누군가에겐 일상에서 벗어나 휴식과 재충전을 주는 문화가 있는 곳.
도시가 갖는 위의 모든 가치가 다 소중하다. 우린 이곳에서 일자리를 얻고 많은 것을 배우고 지친 일상의 휴식처도 마련할 수 있다.
한 가지 많이 아쉬운 점은 요즘 일터로서의 도시 역할이 급속도로 줄거나 아니면 특정계층에게만 한정된 의미를 갖는 점이다.
도시 안에 다양한 일터가 생겨 그것들이 더 많은 사람에게 제공되었으면 한다. 창조경제든 뭐든 사람들의 역동성과 지혜가 모이고 쌓여 그것이 사업 아이템으로 구체화되고 무수한 일거리로 환생해 소중한 일터들을 계속 만들어 냈으면 한다.
그래서 많은 젊은이들이 아침부터 활기차게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내고 저녁이 되면 시내 곳곳에서 몸과 마음을 쉬면서 내일을 기약하며 재충전할 수 있길 바란다.
더 나아가 도시가 크고 딱딱한 건물과 자동차 우선의 큰 길로 상징되는 물리적 공간(space)이 아니라 우리에게 개인적인 기억과 멋진 추억이 서린 마음의 장소(place)가 되었으면 한다.
우리들 삶의 어느 순간에서 누군가와 소중한 생각과 약속을 나누었던 곳, 지친 마음에 큰 용기를 얻게 해준 그런 개인적 사연이 담긴 곳, 그래서 가끔은 잊혀진 자기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다시 가보고 싶은 그런 추억과 인연이 있는 곳들이 시내에 많이 있으면 좋겠다.
우리의 생이 돈, 힘, 직함 등 외양적 잣대로만 평가되고 재단된다면 얼마나 삭막하고 재미없는가. 또 얼마나 억울한가.
그런 것 하나 없어도 남들과 뜻을 같이했던 소중한 기억, 사람들에 대한 마음으로부터의 사랑, 특정장소와의 따듯한 인연들이 내 삶을 여유롭게 하고 내 마음을 좀더 풍요롭게 한다면 얼마든지 이 풍진 세상을 멋지게 살아낼 수 있다.
이미 도시의 이곳저곳은 그런 장소(place)로서의 잠재력을 갖고 있다.
그 잠재적 힘을 현실로 변환시킬 수 있는 우리의 새로운 마음가짐이 오늘 아침 신선한 숙제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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