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스토리 텔러 (포토 에세이 블로그)

어느덧 한해가 종착역을 향해 달려갑니다. 또 한 살 더 먹을 날이 서서히 다가옵니다. 하지만 늘어나는 나이에 걸맞은 품격을 갖춘 사람이 드문 슬픈 세상입니다. 허리는 굽고 키도 줄고, 피부는 탄력을 잃고, 마음은 의기소침, 입에선 라떼 식 잔소리만---!! 여기 억새는 가을이라는 생(生)의 완숙기에 걸맞게 훤칠한 키에 그윽한 그레이 톤 머리칼이 썩 잘 어울립니다. 바람에 몸 맡기며 세상의 흐름대로 따라 흐르며 마음의 탄력을 잃지 않습니다. 리드미컬하게 몸 흔들며 잔소리보다는 부드러운 묵언으로 세상에 화답합니다. 늙음이 외로움이 되지 않도록 친구들과 군무를 즐기며 함께 서기를 잊지 않습니다.

망망대해의 섬 하나는 외로움의 상징이다. 절해(絶海)에 얼굴만 겨우 내민 채 가쁜 숨 몰아쉬는 애달픈 형국이다. 그러나 강 위의 섬은 외롭지 않다. 강 속에 친구인 그림자가 놀러와 있다. 강 속 친구는 강 위의 섬이 외롭지 않도록 착 달라붙어 있다. 서로는 다정하게 일체를 이루며 천년..

\ 아이들이 또 다른 시작을 위해 모두 집을 떠나자 텅 빈 집안이 하염없이 외로움을 조장한다. 이 방을 열어봐도 텅 비어 있고 저 방을 기웃거려도 인기척은 없다. 아내는 외로움을 이겨내려는지 올봄 들어 부쩍 화분을 사들이는 횟수가 잦았다. 견공의 지나친 사교성이 버거운 나 또한 동..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 정호승의 시 ‘수선화에게’에선, 수선화가 외로움의 존재이다. Eugene에 봄이 오니 도시 곳곳에 수선화가 만발해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