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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 대한 예의가 있는 사회에서 살기 위해 본문

사람을 위한 제도와 정책/정책 평론: 사람을 위한 정책

인간에 대한 예의가 있는 사회에서 살기 위해

숲길지기 2017. 1. 3. 17:08


나이 50이 넘으면 새로운 선택을 강요받지 않은 사회가 선진사회이다.”


우석훈의 책 [연봉은 무엇으로 결정되는가]에서 읽은 구절인데, 참으로 공감이 가는 얘기입니다.


내가 살아남기 위해 남을 쳐내야 하는 냉혹한 경쟁과 단기적 성과효율만을 지상가치로 여기는 신자유주의가 우리의 삶을 지배하면서, 평생을 직장인으로 살아오던 멀쩡한 사람들이 타의에 의해 정든 직장을 떠나 삭풍이 몰아치는 광야로 쫓겨나고 있습니다.


사람은 나이를 먹을수록 그저 익숙한 곳에서 마음의 안온을 구하며 평생 쌓아온 전문성과 경륜을 토대로 자신의 마지막 역량을 불태워야 합니다.


그러다 때가 되면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기 위해 박수를 받으며 자진해서 직장을 떠나야겠지요촛불이 생명이 다하면 스스로 알아서 꺼지듯이 말이지요.


인도라는 나라에서는 남자 나이 50이 넘으면 숲에 들어가서 생활하는 임서기(林棲期)가 있다고 합니다.  바로 사회와의 자발적 단절을 잘 상징해 주는 말이지요.


허나 우리네 실상은 순전히 타의에 의해 익숙한 곳에서 내처진 채, 단지 먹고살기 위해서 생판 낯선 곳에서 아침을 맞이해야 하는 서글픈 사회가 되고 말았습니다.


멀쩡하게 다니던 직장에서 쫓겨난 뒤 자영업의 거친 광야로 또한번 쫓기듯 걸어 나가야 하는, 그래서 몸과 마음이 모두 아프고 힘겨운 세상살이의 현실에서 우리 모두 자유롭지 못합니다.


나이 먹은 이들에게 자영업이라는 새로운 선택은 큰 모험입니다.


고위험이 고수익을 주는 것이 risk-taking의 기본 전제이긴 하지만, 나이 먹어 생계를 위해 택해야만 하는 자영업은, 고수익보다는 고위험이 더 현실적이어서 귀한 퇴직금마저 날리고 몸과 마음에 병을 얻기 쉽습니다.


2015년을 기준으로 볼 때, 하루 평균 3천명이 자영업을 시작하지만 매일 2천명이 사업을 접어 결국 3명 중 겨우 1명만이 자영업에서 살아남는다고 합니다.


나이 50이 넘으면 자신의 인생길에서 갈고닦아온 경륜과 전문성에 터해 직업적 일가를 이루도록 응원해 주는 사회적 여유와 실질적인 도움체계가 필요합니다.


먹고살기 위해 새로운 선택을 강요받지 않고 자기가 가장 잘 알기에 또 가장 잘할 수 있는 길 위에 당당히 서서 뚜벅뚜벅 마지막 걸음을 다할 수 있도록 곁에서 지켜봐 주고 응원해 주는 그런 인간에 대한 예의가 있는 사회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