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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위한 제도와 정책/정책 평론: 사람을 위한 정책

생활영역에서의 민주시민, 조직시민 되기

숲길지기 2016. 3. 31. 17:49

[긍정의 배신], [희망의 배신], [경쟁의 배신].  ----  최근에 나온 책 제목들입니다.

 

긍정, 희망, 경쟁이야말로 우리가 신처럼 받들며 반드시 학습하고 실천해야 할 절대적 가치라고 학교와 사회에서 귀가 따갑게 들어온 말들인데, 이런 것들이 오히려 우리들을 배신하다니?? !!

 

책들은 자본주의 덕목에 대한 긍정적 수용자세만이 개인을 번영의 길로 한발짝 더 다가서게 해준다며 체제 긍정을 강요하는 획일적 사회 분위기와, '열심히 일하면 잘 살 수 있다'라는 소박한 희망마저 배신 당하고 일자리 불안과 과다 노동에 지쳐 가는 신자유주의 시대의 암울한 중산층의 현실을 고발하고 있습니다.

 

실제로도 불꽃 튀는 경쟁심만이 서로가 서로를 자극해 파이의 몫을 키워줄 것이란 경쟁 지상주의의 메시지들이 오히려 우리들 서민의 삶을 옥죄고 사회를 분열시키며, 가진 돈의 크기를 잣대로 사람들을 줄 세운다는 아픈 얘기들이 우리 주변에 가득합니다.

 

거대 정부의 문제점을 치유하기 위해 자유롭고 효율적인 경제의 구축을 표방하며 등장한 신자유주의는 성과 독식과 속도효율을 앞세우며 사람들을 무한경쟁 시킨 뒤 비인간적 잣대로 사람들을 함부로 재단하며 단기적 성과 순으로 줄 세웁니다. 사람들을 자본주의 체제에 길들여 자본의 이익에 꼼짝 못하도록 순종적 인간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설상가상으로 대의제 하에서 나라살림을 시민에게서 위탁받은 정부는 나라의 주인인 시민들로 하여금 규율과 복종의 질서를 내면화하도록 훈육해 권력이 다루기 좋은 균질적, 복종적 인간을 만드는 반 민주성을 종종 드러내기도 합니다.

 

따라서 체제에 맞게 사람들을 길들이고 훈육해온 결과 우리로 하여금 긍정의 배신, 희망의 배신, 경쟁의 배신을 쓰리도록 맛보게 하는 설익은 대의제 시스템과 냉혹한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비판적 성찰과 더불어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대안 마련이 시급합니다.

 

특히 신자유주의식 정부개혁을 맹종해 공공성 부재의 위기를 자초한 대표자들과 일부 고위관료들에게만 국가운영을 맡길 것이 아니라, 해방적 관심에 의거한 시민 주도적 사회변화를 촉진해야 합니다. 즉 시민들이 대의제 하에서의 단순 투표자가 아니라 정책과정에의 적극적 참여와 숙의(熟議)를 통해 공공사를 공동으로 결정하고 집행하는 정치의 주체로 되돌아오게 해야 합니다.

 

래야 나라살림을 소홀히 해온 국정 대리인들이 강해진 주인을 무서워하며 비로소 주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시작합니다.

 

그러기 위해 시민의식을 기르고 사회의 참된 인력을 키우는 대학의 변신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제 대학은 개인적 출세나 취업에 유리한 성적향상 등 나만을 위한 작은 공부보다는 자기 삶의 진정한 주인이 되기 위해 자율과 자립의 가치를 익히고 실천하는 곳이 되어야 합니다. 특히 사람과 자연을 위한 큰 공부를 하기 위해 공생과 협력, 연대의 가치를 익히는 민주시민 육성터가 되어야겠지요.

 

나만 잘 되길 바라는 편협한 이기적 공부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서로가 힘들 때 서로 등받이가 되어주는 공생, 협력, 연대 가치의 공부의 장이 되어야 합니다. 그렇게 같이 서고 더불어 살려는(共) 마음가짐으로부터 진정한 공(公)의 질서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우리가 대부분의 일과를 보내는 직장의 민주화, 인간화 문제도 조직시민의 육성 차원에서 생활 민주주의의 함의가 매우 큰 미시 정치 영역입니다. 각고의 현실 속에서도 직장인들은 직장생활의 고통에 내재된 공통분모를 서로 공유하며 공동 치유자로서의 합법적 제도 투쟁을 지속해야 합니다.

 

그것이 단순히 노무의 대가만 바라며 주어진 일만 하는 소시민적 직업인이 아니라 직장의 건강성을 위해 주인의식을 갖고 건설적 제안을 회피하지 않는 조직시민이 되는 길입니다.

 

직장인들을 현대판 노예처럼 대하는 조직 상층부의 안이한 시각을 교정하기 위해선, 어렵지만 직장인들이 정신적으로 자신을 재무장해 쉽게 무시당할 수 없는 존재감으로써 자신의 주인의식을 입증해내는 직업철학의 정립과 그것을 위한 생활정치의 장에서의 도덕적 싸움을 게을리할 수 없겠습니다.

 

미시적 생활영역에서의 민주시민 되기, 조직시민 되기 등 자기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한 정치적 노력이 쌓이고 생활 민주주의의 힘이 축적될 때, 그런 시민사회의 자강(自强)이 자칫 시민의 일반이익에서 멀어지기 쉬운 정부의 정책이해를 올바른 방향으로 견인하고 자본의 힘을 견제해, 긍정의 배신, 희망의 배신, 경쟁의 배신 상황을 슬기롭게 치유해내는 밑거름으로 작용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