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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불립(無信不立)과 제도적 신뢰 본문

사람을 위한 제도와 정책/정책 평론: 사람을 위한 정책

무신불립(無信不立)과 제도적 신뢰

숲길지기 2015. 6. 11. 16:48

메르스 사태로 인해 정부에 대한 시민의 불신이 날로 높아갑니다. 정부의 늑장대응은 물론 방역체계상의 여러 허점이 정부불신을 자초했습니다.

 

결국 시민 스스로의 예방과 병이 의심될 경우 자가 격리 및 조속한 병원연락만이 궁극의 해결책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정부의 무능과 전문성 결여, 사태를 조기에 수습하려는 의지 결여 등 많은 불신요소가 정부에 의해 노정되고 말았습니다.

 

불신의 장벽은 이것 말고도 사회 곳곳에 깔려 있습니다.

 

연금제도의 내실화, 복지사회로 가기 위한 증세, 청년취업 촉진을 위한 청년뉴딜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조속히 이루어져야 하지만, 정부의 강한 정책의지와 디테일한 정책설계의 미흡, 또 단기이윤만 노리는 재계의 허약한 사업체질로 인해, 시민은 생활관련 국가정책이나 기초 사회제도에 대한 제도적 신뢰를 갖기 어렵습니다.   믿는 도끼에 적잖이 발등 찍힌 결과이지요.

 

저 개인적으로도 며칠전 스마트폰을 새로 교체하고 기존 폰을 중고 판매하려던 과정에서 사회에 만연된 불신을 몸소 진하게 체험했습니다. 쓰던 스마트 폰에서 필요한 정보는 다 백업을 해 놓았기에 기존 폰을 대리점을 통해 공장 초기화한 뒤 중고 판매해 보려 했었습니다.

 

그런데 지인에게 문의하고 폰 중고판매 안전여부 관련 정보를 컴퓨터로 확인한 결과 폰을 아무리 공장 초기화해도 누군가 마음만 먹으면 데이터 복원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자료를 보니, 이 사회엔 참 믿을 것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에 망연자실한 채 사회 전반의 불신고리가 너무나 깊은 현실에 잠시 분노했습니다.

 

물론 복원가치가 있는 정보는 별로 없겠지만 행여나 그 누군가가 흑심을 먹고 제 삶의 과거흔적을 들여다본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불쾌한 짓이라는 생각에 판매의뢰했던 기존 폰을 대리점에서 도로 찾아 왔습니다.

 

그 누군가가 내 뜻과 무관하게 나를 해코지할 수 있다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불신의 세상’에서 우리가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이 저를 잠시 우울하게 만들었습니다.

 

無信不立은 "백성의 믿음이 없으면 나라가 바로 설 수 없다”는 공자의 말씀이지요.

 

그런 점에서 우리 모두의 삶에 질서를 부여하고 우리의 모든 행동에 보편적 기초가 되는 국가제도, 사회제도에 대한 제도적 신뢰를 지속적으로 확립하기 위한 정부의 솔선 의지와 적확한 행동이 필요합니다.

 

시민들도 이 점에선 자유롭지 않지요. 나의 자유와 이익추구를 위해선 남의 자유와 이익도 같이 옹호해 줘야 한다는 ‘자유의 사회성’ 아래, 나의 작은 질서파괴가 남의 재산과 마음에 큰 멍을 들게 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자신을 철저히 단속하는 자율적 속박장치의 체화가 긴요합니다.

 

만인에 대한 불신의 흔적을 지우고 서로간에 신뢰의 다리를 놓기 위해 나부터 무엇을 마음먹고 행동으로 옮겨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본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