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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위기의 치유는 과학이 아닌 윤리의 문제이다

숲길지기 2015. 2. 20. 13:02

자연에 대한 도구적 관점이 지배적이다 보니 자연은 줄곧 개발과 정복의 대상이 되어 왔다. 이제 생태의식이 싹트고 생태적 가치학습이 시작됐지만, 경제위기가 대두하면 다시 성장론이 득세하며 인간중심주의와 도구적 자연관 아래 성장, 개발 가치가 힘을 얻고 난개발은 반복된다.

 

이런 점에서 지속가능한 발전(ESSD)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자원의 현명한 사용에 기반을 둔 지속적 성장이 결국 그 핵심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지속가능한 발전은 궁극적으로 자연보호가 아닌 개발의 보호를 의미한다는 지적도 있다. 생태주의자들은 비록 지속가능한 발전이 환경-경제의 조화를 강조하긴 했지만, GNP 등 경제기준은 핵심요소로 취급한 데 비해, 생태계지속 측정변수 등 생태적 건전성 논의엔 소홀한 채, 기술, 경제 중심 논의에 경도되고 있다고 비판한다.

 

따라서 우리는 지속가능 발전을 넘어 자연에 대한 윤리확장과 그 연장선상에서 생태윤리의 수용에 대한 전향적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 생태계 파괴에 따른 자연의 대반격이 위험의 부메랑으로 다가오면서 위험사회적 속성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기후변화, 열섬 현상, 슈퍼태풍, 급속한 사막화 및 해양 사막화, 황사 및 미세먼지 농도증가 등 각종 대기오염, 수질, 토양오염, 유전자 변형물질 등이 그것이다.

 

현재는 과학기술 낙관론에 의거한 환경문제 해결이 주를 이루지만, 이는 환경윤리의 개량주의적 한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즉 자연환경을 외적 주변으로 대상화하며 인간 서식처인 생태계 파괴를 방치하기 쉽다. 따라서 자연을 해치면 인간도 해롭다는 인식 하에 인간-자연 간의 상생관계 정립이 필요하다.

 

우리는 여기서 생태위기의 치유는 과학이 아닌 윤리 문제임을 인식해야 한다. 인간도 생태계 안의 관계성, 순환성 등 자연의 일부임을 부정할 수 없다면, 자연에 대한 도덕적 배려와 윤리확장, 즉 생태윤리의 수용은 긴요해진다.

 

우리는 왜 자연에까지 윤리확장을 해야 하는가? 생태계에선 어느 것도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못하고 서로 연결되어 있어, 한 존재가 다른 존재에 영향을 미친다. 환경철학자 박이문은 생태학적 세계관에선 인간도 수많은 생물종과 마찬가지로 생태학적, 인과적 그물망의 연관관계로 맺어진 자연의 한 부분으로 본다. 이런 점에서 세상만물은 생태주의 인식의 출발점인 생태적 전일성과 생태적 존재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생태윤리 개념이 여기서 대두하는데, 이는 환경윤리의 개량주의적 한계에 대한 성찰에서 출발한다. 환경은 어원학적으로 인간을 중심에 두고 자연을 그 주변으로 보는 개념이다. 따라서 환경윤리는 자연을 인간의 도구로 보는 인간중심적 세계관을 전제로 해 자연을 개발 대상화하기 쉽다. 또 공리주의 경제관에 따라 물질문명의 틀을 유지하는 한도 내에서 환경문제의 기술적 해결을 시도하는 실증주의 과학관과 사후관리 해법식 규제정책을 옹호한다. 

 

극심한 생태계 파괴로 인해 인류생존이 위협받는 지금은, 인간중심주의를 완전히 극복하지 못한 채 법규준수와 기술낙관론에 의존해 자연자원의 활용에만 만족하는 환경윤리에서 벗어나 인간-자연관계를 근본적으로 재정립하기 위한 윤리확장적 접근이 요구된다.

 

생태주의가 그 답이다. 생태철학자 한면희에 의하면, 생태주의는 자연존재 간의 상호연결에 근거한 전체론적 접근과 유기체적 사유 등 생태학적 세계관을 인간-자연관계를 재설정하기 위한 가치관으로 확장하는 새로운 윤리적 해석단계이다. 생태주의는 인간을 생태계의 일원으로 간주해, 인간이 자연질서를 거스르지 않도록 양자의 관계를 존중하기 위해 자연을 신중히 이용하되 생태계 파괴를 철저히 제한하는 행동원리로 생태윤리를 강조한다.

 

생태철학, 생태윤리의 대표론자인 Leopold는 인간 아닌 존재도 자신의 본래가치를 위해 도덕적으로 배려되어야 하며, 전체로서의 자연은 그 자체의 권리를 가지므로 생명공동체의 통합성, 안정성, 아름다움의 보전에 이로운 것은 옳은 행동으로 보며 보전사상의 주요 원칙을 제공했다.

 

생태윤리는 이처럼 자연의 본질적 가치를 인정하며 전체론적 시각에서 개개 생명으로부터 지구 생태계에 이르기까지 자연에의 윤리확장을 도모한다. Callicott에 의하면, 진화론적 윤리확장은 인간공동체에 그치지 않고 인간과 감정적 친밀감을 공유하며 특별관계를 맺는 가축, 재배식물 등의 혼합공동체를 넘어 생명공동체로 나아간다. 그는 첨가(accretion) 개념을 사용해 가족 의무, 주민 의무, 인간공동체 구성원 의무, 생명공동체 구성원 의무 순으로 도덕적 배려대상을 확장하는 규범적, 이론적 틀을 제시했다.

 

한국에선 정부주도 아래 자연 생태계가 관리되므로, 생태윤리 수용은 정부부문에서 더 욱 긴요하다. 현재 공무원들은 생태계 관리에 큰 영향을 주는 의사결정의 준거로서 법, 과학지식, 정부간 관계를 주로 활용하는데, 환경보전, 개발제한구역 관련 법해석의 충돌 시 자주 관리문제가 야기되고 책임소재를 놓고 중앙-지방 간에 심한 갈등에 빠진다.

 

개발이익이 난무하기 쉬운 현장에서 과학기술과 법적 준거만으론 해결되지 않는 불확실성에 대처하기 위해, 공무원들이 생태적 전일성과 생태적 배태성에 대한 자각 아래 생태적 가치실천에 보다 책무감을 갖도록 구체적 행위규범과 세부 행동준칙을 만들어 제시해 주는 실천윤리로서 공무원 생태윤리의 수용 필요성은 매우 크다.

 

이를 위해선 세상만물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생태적 전일성과 인간도 자연의 일부라는 생태적 배태성에 대한 철저한 자각이 우선되어야 하고, 과학기술의 부정적 측면이 야기한 생태계 파괴 및 생명유린을 제어하기 위한 책임윤리 학습과 생태계 보전을 위한 자연과의 실질적 관계회복도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