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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위한 제도와 정책/정책 평론: 사람을 위한 정책

청년들 마음속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숲길지기 2015. 5. 29. 17:30

3포 세대, 7포세대 등 청년들이 결혼, 출산, 보육을 포기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 위기가 심히 우려되고 있다.  종종 들려오는 청년 실업자들의 자살 소식, 이른 나이에 세상살이의 고달픔을 너무 일찍 간파해 스스로의 현실에 쉽게 자족해 버리는 사토리 세대의 한국판 등장 등 우리 청년들 마음속의 지속가능성 위기가 특히 걱정된다.

 

청년실업이 국가 경제 및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도 심각하다. 연금가입 탈퇴 등 복지구조의 위기, 구매력 상실에 따른 소비위축이 낳는 내수시장 붕괴, 주택수요 급감으로 인한 건설업 위기 등이 그것이다.

 

문제는 청년실업 등 청년문제가 정부와 기업의 적극적 의제설정과는 거리가 먼 사안이 될 것 같은 데서 오는 불안감이다. 고위관료들, 정치가, 기업가 등 청년실업 문제해결의 칼자루를 쥔 고위 의사결정자들이 실질적으로 이 문제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하지 않아 보여 걱정이다.

 

그들은 자기 자식의 취직, 결혼에 대해선 탁월한 시장적 해법을 갖고 있는 듯하다. 즉 넉넉한 재력으로 자식의 결혼을 틈타 자연스런 부동산 증여를 도모하고, 자식의 취직이 어려우면 가게를 차려줄 돈을 갖고 있다.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외국유학을 보내면 되고.

무엇보다 그들만의 끈끈한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자식의 취업, 결혼에서 얼마든지 난공불락의 카르텔을 형성하며 백전백승의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다.

 

실제로 부, 권력, 고용의 세습화 속에 빈곤의 세대화가 시작되었다. 반면 고위 정책층과 사회 지도층들은 은퇴 후 자신에게 유리한 귀농 보조금 같은 제도의 도입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또 재난자본주의 차원에서 공직사회가 무능하다는 전제 하에 외국에서 공부한 자기 자녀들의 공직 특채 추진을 강하게 의제화한다.  남의 자식들 취업, 결혼문제에는 신경을 덜 쓰면서 그저 형식적인 고용률 통계치 높이기에만 바쁘다. 그러다보니 최악의 고용형태인 파견직의 허용과 남발이 꽃다운 청년들 마음 속의 지속가능성에 적신호가 켜지게 한다. 정말 안쓰러운 일이다.

 

청년실업의 해법을 찾는 말잔치는 무성하지만 실제로 질적인 청년 일자리 창출 등 청년문제의 실질적 해결은 구두선에 그치기 쉽다.

아버지 세대의 임금을 줄여 청년 일자리를 확충하겠다는 임금피크제 역시 부모세대의 임금만 줄이는데서 그칠 뿐 그것이 과연 청년들 일자리 늘리기에 얼마나 효과적일지에 대해 벌써부터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작금의 이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할 때, 청년들 자신의 인식전환도 정말 시급하다. 각자도생, 무한경쟁보다는 그들간의 연대(連帶), 공생,협력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2006년 프랑스의 최초고용계약법, 즉 청년노동자를 고용한 후 2년간 자유해고를 허용하는 법안에 대한 프랑스 고교생들의 반대 시위, 또 2010년 프랑스 고등학생 , 대학생의 연금개혁법 시위 사례에서 보듯이, 청년들이 서로 연대해 자신들의 문제를 공론화하고 공생, 협력을 통해 문제해법의 길을 공유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유럽의 경우는 고교생, 알바생 등 청소년기부터 정당활동을 활발히 해 자기문제의 해결에 있어 자기 식의 정치적 목소리를 집합적으로 내는 전통도 있다.

 

김애란의 소설 [서른]을 보면 ‘노량도’라는 표현이 나온다. 합격하기 전엔 결코 떠날 수 없는 가혹한 공시족들의 생활 근거지인 노량진 고시학원을 섬에 빗대어 말한 것인데, 고용불안 시대에 우리가 취할 수 있는 각자도생의 터전이란 점에서 십분 공감되는 말이지만, 무한경쟁을 전제한 각자도생 전략에서 최후의 승리자가 되는 청년 수, 즉 공직시험에서 최종합격하는 젊은이 숫자는 현실적으로 극히 드물다.  반면 도종환 시인의 시 [담쟁이]의 시 구절처럼 힘겹지만 우리가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며 다함께 장벽을 넘는” 담쟁이 전략이 정말 필요한 것 같다.

 

대학생 등 젊은이들은 이런 차원에서 다음의 3 방향에서 서로 연대하며 담쟁이 전략을 구사해 나갈 필요가 있다. 즉 교육권 보장 차원에서 등록금 반값운동, 등록금 인상반대 및 학자금 장기저리융자추진운동을 위한 체계적 연대가 필요하다. 대학가의 주거권 확보를 위해선 대학가 인근의 LH 보유 건물을   셰워 하우스(share house)로 전환시키는 데 발벗고 나서서 힘을 모아야 할 필요가 있다. 취업권 및 여타 생활권 보장 차원에서 ‘청년 유니온’을 중심으로 한 집합적 목소리 내기도 필요하다.

 

집합적 목소리 내기의 또 다른 타깃은 [88만원 세대] 및 [솔로계급의 경제학]의 저자 우석훈의 주장처럼, 취업, 고용, 연금 등 핵심 사회경제 정책에 대한 세대(世代) 영향평가의 실시 및 관련 정책 실명제를 통한 기성세대의 정책 책무성 확보 부분이다.

 

합법적 세금전쟁도 요구된다. 여러 청년이 노인 1분을 봉양하는 현 스크럼 세대에서 조만간 3-4명의 청년이 노인 1분을 모시는 기마전으로, 다시 청년 2인이 노인 1분을 책임지는 2인3각 경기로, 결국에는 청년 1명당 노인 1분 봉양의 절박한 복지 부담을 앞두고 세금의 용처(用處)에 대한 사회적 합의틀 마련도 시급하다.

 

청년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우석훈의 분석에 의하면, 우리는 청년뉴딜을 해야 할 시점에서 녹색뉴딜이라는 속임수의 희생양을 자초했다. 청년층 취업인프라 확충에 전력해야 할 타이밍에 4대강 파헤치기를 했던 지난날의 실패로부터 뼈저리게 배워야 한다. 

 

즉 뒤늦었지만 청년뉴딜 차원에서 산업구조의 고도화를 통한 새로운 고용구조의 마련, 즉 미래 유망산업 분야인 지식기반제조업, 지식기반서비스업 쪽의  기술,관리인력 육성 및 직업훈련 지원이 시급하다.  기업에 청년고용비율을 강제할당하거나 청년고용 시 세제감면 보조금 지급을 실질화하는 적극노동시장정책도 긴요하다.

 

정부가 제안한 해외 일자리 찾기, 창업을 통한 1인기업가 되기 프로젝트도 중요하지만, 모든 청년이 다 사장님이 될 수는 없고 실질적으로 단기적 실적을 전제로 창업자금을 지원하는 현 창업절차는 인문계 출신에겐 너무 불리한 구조이다. 열사(熱沙)의 나라에서 고생한 아버지들의 대를 이어 고생을 사서 할 젊은 층은 현실적으로 드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새로운 대안영역, 즉 사회적 경제의 활성화가 청년문제 해결의 자생적 돌파구로 활용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여전히 무심하고 기업이 이윤문제로 포기한 사회서비스 제공을 위한 다양한 협동조합들의 생성이 그것이다.

 

예컨대 먹거리 생협, 의료생협, 육아협동조합, 문화예술 관련 워커스 콜렉티브, 주거 및 건설협동조합, 카센터 협동조합, 출판 및 싱크탱크 형 지식협동조합 등 다양한 형태의 협동조합 신설 및 운영을 통해 지역 내 생활자원을 저렴하게 도출하고 그 과정에서 일자리를 창출해낼 수 있는 점에서 생협운동 등 사회적 경제는 전략적 응용 가치가 적지않다.

 

협력적 공유사회도 청년문제 해소 및 청년 눈높이에 맞는 새로운 삶의 방식 창출이란 점에서 청년들이 연대해 모색해 볼 가치가 있는 부분이다. 즉 생필품인 집, 차, 의류, 에너지의 공유를 통한 연대, 협력의 길을 찾아낼 수 있고, 지식,정보의 공유를 통한 일자리 생성 및 생활의 지혜 나눔도 절실하다.

 

청년문제의 자주적 해결 차원에서 청년들의 정치참여도 긴요하다. 고용 등 청년 입법을 실질적으로 주도하고 스스로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의 일꾼이 되는 길을 통해 지역정치에 적극 진출할 필요도 있다.

 

상기한 제안들이 청년들이 현재 앓고 있는 진한 고통에 대한 기성세대의 책임 전가나 책임회피를 정당화하기 위한 논의는 절대 아니다.  

 

청년실업 해결의 칼자루를 쥔 힘 센자들이 자기 자식의 문제에 시장식 해법을 선호하면서 다수 청년들이 사회적으로 제도적으로 배제될 위기 앞에서 청년들 스스로가 자생적으로 돌파구를 마련하자는 차원에서 담쟁이식 연대,협력의 지혜와 그 실천적 방향성을 같이 고민해 보기 위한 부모세대의 사랑어린 제안으로 받아들여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