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스토리 텔러 (포토 에세이 블로그)
오베 본문
'오베'라는 이름을 가진 이 사람은 지난 겨울 우연히 TV 영화 채널에서 먼저 만났습니다.
무심코 채널을 돌리던 중 스웨덴 영화 특유의 드라이한 장면에 시선이 확 꽂혔습니다.
이미 영화는 반 정도 흘러간 것 같았지만 영화의 스토리는 금방 파악되었습니다. 영화 속엔 참 고지식하고 까칠한 한 노인네의 삶이 그려지고 있었습니다.
그런 까칠한 노인네를 감싸주고 애써 찾아 주는 이웃들의 모습도 등장합니다. 그리고 어디서나 마찬가지이지만 문제 투성이의 정부 관료제도 빠지지 않고 영화의 한 소재로 나타납니다.
TV로 그려진 오베라는 남자가 지닌 성격상의 명과 암이 참 특이하다는 느낌을 받으며 영화 보기를 끝냈지요.
영화를 본 몇주 후 도서관에서 동명의 소설책 ([오베라는 남자])을 빌려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소설 책으로 자세히 읽으니 영화에서보다 더 주인공 노인네의 까칠하지만 원칙주의적 성격과 드라이한 삶, 그러나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에 대한 그의 지극한 사랑, 또 주인공 이웃들의 오베에 대한 관심과 돌봄, 고령화 사회의 노인복지 문제, 스웨덴 행정관료제의 관료주의 병폐 등이 더 생생하게 드러납니다.
소설 후반부터는 주인공 노인네인 오베라는 사람의 밖으로 드러난 거친 성격 이면에 감추어진, 이웃에 대한 진솔한 사랑도 점점 더 깊게 느껴집니다.
세련되진 못하지만 이웃에 대한 속 깊은 정을 간직하고 있는 주인공이 거기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의 내면에 묘한 매력을 느끼게 됩니다.
홀로 사는 까칠한 노인네에게 인간적으로 접근해 함께 시간을 보내려 하고 그를 진심으로 보살펴 주는 이웃들의 따뜻한 사랑은 익명성의 무책임함과 이기적 개인주의에 날로 길들여지는 우리네 삶의 무정(無情)함을 다시금 돌아보고 반성하게 합니다.
역시 규칙과 법규로만 움직이며 휴먼 스케일을 상실한 스웨덴 정부관료제의 경직된 시스템에선 동서고금을 막론한 관료제적 행정의 보편적 한계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주인공의 우직하지만 진실된, 세련되지는 못하지만 정직하고 한결같은 원칙주의적 성격이 매력적으로 느껴집니다.
그런 점에서 오베의 정직성과 원칙주의, 이웃에 대한 속정 깊은 마음은, 갱년기에 직면해 마음정리가 잘 안되어 안밖으로 불편한 말투를 종종 내뱉는 저의 요즘 마음상태를 어떻게 다스려야 할지를 넌지시 짚어 주는 정면교사로 다가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