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스토리 텔러 (포토 에세이 블로그)
오 늘 본문
기후변화 탓인지 연이은 열대야로 잠을 설치는 요즘입니다.
평소엔 새벽에 기상하는데 열대야로 잠을 설쳐서인지 머리가 무거워 잠시만 더 누웠다가 일어나려 한 것이, 오늘은 그만 늦잠으로 연결되고 말았습니다.
간만의 늦잠으로 인해 오전의 가처분 시간은 엄청 줄었습니다.
아내가 몸이 안 좋아 아침부터 엄빠 노릇으로 부산도 좀 떨었습니다.
과일을 씻어서 출근길 애들 아침식사를 돕고, "독한 약을 먹어야 하니 밥을 든든히 먹고 싶다"는 아내를 위해 난생 처음 혼자 미역국도 끓이고 잡곡밥도 많이 했습니다.
아침, 점심 차리느라 비오 듯 땀을 흘렸지만, 식후 잠시라도 걷지 않으면 소화에 문제가 있어 점심을 먹은 뒤 산책을 나갔습니다.
불볕더위로 인해 한낮의 뙤약볕 아래를 걷기가 힘겨워, 자연히 발걸음은 큰 건물 옆이나 동네의 후미진 곳에 놓인 한조각 그늘을 찾아갑니다.
그늘을 찾아다니니 평소엔 가보지 않던 곳도 이곳저곳 산책삼아 걷게 되었습니다.
낯선 곳들을 이곳저곳 방문하다보니 "동네에 이런 곳도 있었구나" 하는 놀라움과 함께, 새로운 곳을 걷는 데서 오는 묘한 흥분 등 한낮의 발걸음은 계속 이색체험으로 연결됩니다.
그늘을 찾아 걸었지만 조금만 햇볕 아래 노출되어도 바로 한증막 같은 열기가 느껴지는 거리풍경입니다.
평소 카페에 앉아 있기보단 산책 겸 동네를 활보하는 것이 좋아, 테이크아웃 주의자인 제가 오늘은 잠시 땀을 식힐 겸 혼자선 처음으로 카페에 앉아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을 했습니다.
새로운 산책 동선으로 인해 평소와는 다른 귀가길에 접어들었고, 그래서 간만에 호두과자 집에 들러 호두과자를 사갖고 와서 아내와 나눠 먹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간만의 경험이나 이색 체험이 많은 날입니다.
다 날씨가 덥고 병환 중인 식구가 있어 생긴 일입니다.
늦잠에다가 식사준비로 오전 공부는 많이 손해를 보았지만, 새로운 체험들이 따분한 일상에 변화를 주고 그런 변화가 주는 신선함을 묘한 흥분으로 맛보았습니다.
방학 중인 요즘 오후엔 주로 인문학 서적을 읽으며 마음 수양을 도모하는데, 오늘은 사회과학 책을 읽었습니다.
더운 날을 이겨내기 위해 딱딱한 책을 일부러 손에 쥐는 이열치열을 의도한 것은 아닙니다.
평소 관심사인 귀촌의 필요성과 그 가능성을 타진한 책을 어서 읽어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책을 통해 귀촌이라는 쉽지 않은 영역에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고 그 가능성을 현실화하기 위해 적지 않은 정책적 고민이 있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또한 간만의 새로운 독서 경험입니다.
오늘은 덥고 병 수발 등 저를 둘러싼 환경적 요건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이색체험으로 하루를 보낸 데 만족합니다.
흔히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합니다.
성격상 즐기진 못했지만 그래도 굳이 피하진 않으니, 그것이 간만의 체험이나 이색 경험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미래를 위해 지금을 희생하지 않고 또 앞날을 위해 당장 서두르지 않으며, 주어진 대로 지금 여기(now & here)를 차분히 살아가면, 새롭게 배우는 것도, 오랜만에 다시 느끼는 것도 많음을 새삼 알게 된 오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