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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 (II)

숲길지기 2023. 7. 3. 17:47

나이가 좀 들고  책 쓰는 작업을 오래 해오다 보니,  요즘 허리가 아파서 오래 앉아 있기가 좀 불편합니다.

 

오히려 서 있으면 허리 통증이 덜합니다.   의자에 오래 앉으면 내려앉은 허리마디가 신경을 눌러 통증을 유발하는데, 서 있으면 통증이 좀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흔히 서 있으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다”라는 우스개 얘기가 있습니다.   허나 요즘 저의 경우는 반대로 앉아 있으면 서있고 싶습니다. 불편한 허리 때문입니다.

 

그래서 서서 작업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스탠딩 테이블을 인터넷에서 알아보고 구매 계획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저녁 산책을 나간 길에 아파트 단지 안의  폐기물 장소에서 사용한 지 얼마 안돼 보이는 멀쩡한 스탠딩 테이블을 우연치 않게 발견했습니다.

 

저는 좀 망설였지만 버린 물건이 깨끗해 잘 닦아서 사용하면 괜찮을 것같다는 아내의 조언대로 집으로 끌고 왔습니다.

 

물휴지로 여러 번 닦으니 아내 말대로 외관과 청결상태에서 큰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그래서 방 한 구석에 놓았습니다.

 

다음 날 오전 스탠딩 테이블을 처음 사용해 보았습니다.

 

처음엔 서서 하는 작업이 익숙치 않아선지 다리도 아프고 허리도 뻐근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앉아서 시간을 좀 보냈습니다.

 

오후에 다시 한번 스탠딩 테이블 사용에 도전했습니다.  한번 경험이 있다고 오전보다는 다리가 덜 아픕니다.

 

스탠딩 테이블의 자판 높이를 좀 올리니 눈높이가 맞아서인지 허리도 덜 불편하고 자판의 타이핑도 한결 수월해집니다.

 

궁즉통(窮則通)입니다.   ‘궁하면 통한다라고 허리통증 때문에 오래 앉아 작업하기가 곤란했는데 서서 작업할 수 있는 대안이 생긴 것입니다.

 

역시 뭔가를 시도하다가 여의치 않다고 금방 포기하기 보다는 재도전의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오전에 불편을 느껴 스탠딩 테이블 사용을  영영 포기했다면  집필작업의 대안을 스스로 내치는 꼴이 될 뻔했습니다.

 

역시 오후에 재차 사용을 시도해보는 적응의 시간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이젠 의자에 앉아 하는 작업에 따른 고통을 줄여주는 확고한 대안이 생겼습니다허리 불편을 이겨내고 작업할 수 있는 플랜 B가 생긴 것입니다.

 

'서 있으면 앉고 싶은' 것이 아니라,  서서 하다가 다리가 아프면 잠깐 앉아서 작업하는 플랜 C도 가능합니다.

 

갑자기 막혔던 체증이 풀리고 마음 속 먹구름이 조금 걷힌 기분입니다.

 

대안이 생겼으니 정년을 앞두고 현역 학자로서 마지막 책으로 구상했다가 허리통증으로 미루었던 책 집필 작업도 덜 두렵습니다그래서 인생이 풍요로워진 느낌입니다.

 

일단 서서 하다가 다리가 불편하면 앉아 하고, 다시 허리가 불편해지면 서서 작업하면 되니, 허구장창 의자에 앉아 있는데 따른 허리통증 때문에  어려웠던 책 쓰기 작업이 이젠 불가능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스탠딩 테이블을 사용해  플랜 B, C를 시도하며, 슬슬 책쓰기 작업에 착수해 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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