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스토리 텔러 (포토 에세이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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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생각해 보니, 20 여년 결혼생활 중 아내랑 적지 않게 다투었다는 생각이 든다.
애들 교육문제로, 양가 부모님 모시는 일로, 사소한 집안일 분담문제로, 혹은 서로의 평소습관(나는 완벽주의, 아내는 낙관주의)을 놓고 힘겨루기도 했다.
돌이켜 보면 정말 다툴 일도 조금 있었지만, 대개는 한번만 참았으면 다투지 않고도, 말로나 이심전심으로써 해결될 수 있는 그런 일들이 더 많았다. 참 바보 같았다.
태평양을 가운데 놓고 1년간이나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다 보니, 지나온 세월 아내랑 다투었던 것이 거듭 후회된다. 아내랑 지금까지 20년을 같이 살았다면, 앞으로의 동반 여생은 얼마나 될지, 나도 모르고 아내도 모르고 아무도 모른다. 그것이 40년이 될지 아니면, 단 몇 달이 될지 그 누가 알겠는가?
남은 동반여생의 길이를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무지의 베일 속에서, 우린 서로 좋은 얼굴, 좋은 모습만 보여 주기에도 짧은 인생이다.
이제부턴 집안에 있다가 아내와 뭔가 다툴 일이 생기면, 일단 집에서 나오자. 한참 바람 쐬다가 들어가자. 밖에서부터 아내랑 다툴 일이 생각나면, 집에 들어가는 시간을 일부러 조금 늦추자. 아니면 차를 타지 말고 아예 걸어서 집에 가자.
귀가를 조금 늦추고 걸어가는 사이에, 성난 내 얼굴은 다스려질 것이다. 내 모난 성격도 시원한 봄바람 속에 많이 누그러질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가끔은 옹졸한 마음에 내 모난 돌이 정 맞을 수도 있겠다. 그럴 땐 박영희 시인의 [접기로 한다]라는 시를 늘 떠올려 볼 일이다.
“요즘 아내가 하는 것을 보면 섭섭하기도 하고 괘씸하기도 하지만, 접기로 한다---종이도 반으로 접어야 호주머니에 넣기 편하고,-- 나는 새도 날개를 접어야 둥지에 들지 않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