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스토리 텔러 (포토 에세이 블로그)
자연 본문
학창시절 나의 과학과목 점수는 형편없었다. 물리, 화학은 정말 공부하기 싫은 과목이었다. 운동의 원리나 역학이 잘 이해가 안 되었고, 화학원소 외우기는 정말 싫었다.
그래서 이 두 과목은 우둔한 내 머리를 자책하게 만든 악질 주범이자 무서운 형벌이었다.
어른들이 가끔 내 사주를 보시면, 내 사주가 자연과학이나 이공계에서 소질을 발휘할 수 있는 직업을 갖게 될 것으로 나온다는데, 나는 정말 이 사주 또한 믿을 수 없었다. 그러려면 자연과학 과목이 내 머리를 쥐어뜯게 만드는 혐오과목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연히 어른들이 사주보는 데 돈이나 날리신다고 싫은 말 드리기도 했다.
대학에서의 내 전공은 사회과학이었다. 어찌하여 박사공부까지 사회과학으로 했고, 대학에 자리잡고도 사회과학인 행정학을 지금까지 가르치고 공부해 왔다.
그런데 나이 40대 중반에 좀 아팠다. 이곳저곳 병원을 다녔고, 또 병을 고치려고 숲과 산을 열심히 다녔다. 아프다는 핑계로 침대에 누워 이책 저책을 닥치는 대로 읽었다.
그때 만난 공부의 세계 중 하나가 생태주의이다. 물리, 화학 등 다른 자연과학은 싫은데, 자연계나 숲속 세상에 대한 체계적 지식을 소상히 알려 주고, 가끔은 생태계의 원리가 인간사회에 주는 교훈을 은유의 메시지로 던져주는 생태학만큼은 읽을 만했다.
자연 생태계의 교훈을 생태주의 철학이나 생태문학으로 연결시켜 공부하는 분들의 학문세계에도 우연히 접속하면서, 나도 그런 자연 생태계 공부를 내 전공에 접목시켜 응용하면 재미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지금은 생태주의철학을 내 전공인 행정학에 접목시켜, 자연 생태계가 인간사회와 정부 종사자들에게 주는 생태적 가치와 생태적 교훈을, 그간 개발가치에 사로잡혀온 공무원들의 마음속에 심어주기 위한 실천 방법론을 찾는 공부에 낑낑대고 있다.
지금은 “스스로 그러한”(self-so)이라는 자연(自然)의 의미를 아주아주 조금은 이해할 듯하다. 그리고 인위와 작위(作爲)로 점철된 나도 자연을 닮아 조금이라도 스스로 그러해지도록, 날마다 자연공부를 몸으로 하며 살려고 노력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