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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위한 제도와 정책/정책 평론: 사람을 위한 정책

취준생들의 눈물을 닦아줄 사회의 손수건은 정녕 없는가

숲길지기 2014. 12. 17. 12:04

올 한해 취업준비에 올인 했던 자식놈이 결국 취업에 실패했다. 졸업을 앞두고 본인이 희구하는 일터를 향해 1년 내내 열심히 진력했지만 번번히 최종 채용프로세스에서 물 먹었다. 

 

취업이라는 현실의 진입장벽은 너무 높았다. 가고자 지망하는 곳은 많았지만 어서 오라는 콜 사인을 시원하게 보내준 곳은 끝내 없었다.

 

자식놈의 취업준비 과정을 옆에서 지켜본 부모로서 그 시간들을 가만히 복기해보면, 취업이 마치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 만큼 지난한 일임을 절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 이 땅의 많은 취준생들이 한 해동안 수십 곳 직장의 문을 노크했지만 그때그때마다 채용과정에서 아깝게 낙마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그럴 때마다 "세상이 자신을 미워해 마구 밀어낸다"는 자괴감 속에 취준생들의 절망감은 깊어만 가고, 그것을 옆에서 지켜보는 부모들 가슴속도 그저 새까맣게 새까맣게 타들어갈 뿐이다.

 

어려운 실물경제 탓에 채용의 관문을 꽁꽁 닫고 있는 기업들의 어려운 현실도 물론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일자리 제공에 너무 소극적인 기업의 수비경영이나 안이한 채용절차에 대해선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

 

특히 채용과정에서 노정된, 사회적 상식에 크게 어긋난 몇몇 기업의 야비한 처사를 언론에서 보거나 주변에서 듣게 되면 공분하지 않을 수 없다.

 

취준생들이 다 꽃 같은 우리의 소중한 자식들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어느 기업은 강력한 출퇴근규정을 앞세워 인턴들을 몇달씩이나 붙잡아 놓고 다른 곳으로의 취업준비를 어렵게 한 채 인턴과정을 이수하면 거의 다 채용해줄 것 같은 장밋빛 청사진을 남발했다.  그러나 결국엔 인턴실무결과를 발표하는 프리젠테이션 과정에서 인턴들의 싱싱한 아이디어를 얻어낸 뒤 내년도 경제전망이 어둡다는 핑계 하에 애초의 언질과는 달리 그들을 삭풍이 몰아치는 광야로 내치는 비윤리적, 비상식적 행동을 서슴없이 저질렀다 한다.

 

이 사회의 '슈퍼 을'인 인턴들의 인권은 완전히 짓밟히고 그들의 소중한 꿈이 담긴 아이디어는 인턴들 수고비라는 몇푼 안되는 헐값에 강탈당하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이 실제로 일어난 것이다.

 

그 결과 낙방한 취준생들의 꽃다운 얼굴엔 깊은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다시 내년 채용시즌을 막막히 기다려야 하는 절망 속에 그들의 얼굴에서 어느덧 온기는 사라졌다.

 

애당초 다수를 채용할 확고한 인력계획이 없었다면 솔직히 초기 채용과정에서 극소수만 선발할 것이지 다른 곳으로의 취업준비는 원천봉쇄해 놓고 아이디어만 뺏은 뒤 토사구팽하면, 이는 사회적 약자를 향한 강도행위 짓과 크게 다를 것이 없지 않은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기업 관계자들은 결과적으로 모두 자신이 집단 사기꾼이 아니라고 어찌 자신을 변론할 수 있겠는가.  물론 그들이 그런 결과를 의도하진 않았겠지만 자신이 한 크고작은 말에 최소한의 책임의식은 갖는 자성의 시간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취준생들도 알고보면 다 그들의 자식, 동생, 조카뻘이란 생각에서 그들의 가슴에 못을 박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할 것이다. 경기불황으로 어려워진 회사사정 때문에 인턴의 다수 채용은 어렵더라도 인턴과정을 마치고 떠나는 그들에게 열심히 노력해 재도전해 볼 수있다는 희망과 비전을 주는 기업들의 성숙한 모습을 애써 기대해 본다.

 

취업의 문이 좁다고 모든 취준생이 창업에 뛰어들기도 어려운 현실이기 때문이다. 우리사회엔 어떤 이유에서건 한번 낙오하면 만회할 길이 쉽게 보이지 않는 패자부활전이 없는 사회 아닌가!

 

이래저래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 채 좁디좁은 내년도 채용관문 통과를 기다리는 취준생들의 뒷모습에서 슬픔의 흔적이 진하게 묻어나온다. 그러나 그 흔적을 조금이라도 지워줄 사회의 손수건은 선뜻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취준생들의 슬픔의 눈물을 말끔히 닦아줄 사회란 손수건은 도대체 어디 있는가?  과연 있기는 있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