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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처럼 생각하기

숲길지기 2016. 7. 6. 11:52

로버트 베이트먼(김연수 역), [산처럼 생각하기], 자유로운 상상, 2005

 

철학을 “지혜(앎)의 사랑”으로 해석하든, 대중 철학자 강신주의 견해처럼 “사랑하면 알게 된다”로 해석하든, 이명박 정권의 정책철학엔 큰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명박 정권은 사랑의 대상을 경제성장과 토건업에만 국한시킴으로써 국가발전에 대한 전체론적 시각을 상실했습니다. 또 자신들이 잘 아는 것을 사랑하는 것은 어떨지 모르지만, 그 아는 것이 여전히 시대적 탄력성을 지니는지 또 장기적으로 어떤 결과를 낳을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4대강 사업에서 드러나듯이 이명박 정권의 녹색뉴딜은 당시 불황을 겪는 대규모 건설자본의 경기부양을 위한 정권 차원에서의 공공 프로젝트였습니다. 당시엔 국무총리실조차 ‘환경을 신 성장동력’으로 생각하는 등 녹색 덧칠의 개념적 한계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결국 단기적 건설경기 부양효과만 노린 4대강 사업은 아무런 정책 타당성 없이 장기적 안목에서 볼 때 사람-서식지 간의 기본적 관계성을 파괴하는 등 생태계에 큰 부담을 안겨 줄 것입니다.

 

차제에 좀더 장기적, 전체론적 정책안목이 요구되는데, 우리는 이런 점에서 '생태적 전환'이란 개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생태적 전환은 사회 전반의 장기적, 체계적 변화를 전제합니다. 즉 긴 시간관을 갖고 경제뿐 아니라 사회구조, 생활문화적 가치체계, 정치권력의 생태 친화적 변화를 유도해 내려 합니다. 따라서 전체론적 시각과 관계론적 관점이 장기적 시간관과 더불어 생태적 전환의 핵심을 구성합니다.

 

로버트 베이트먼이 쓴 [산처럼 생각하기]는 바로 이런 장기적, 관계론적, 전체론적 시각에 대해 쉽게 소개한 책입니다.

 

저자는 어린 시절부터 막연하게나마 “야생동물과 예술이 내 삶을 지배하는 열정이 될 것”이라 생각하며, 자연을 상세히 기록해 나갔습니다. “삶과 예술을 살찌우는 것은 자연의 정교함에 감탄하는 능력”이라는 확신 아래, 자연을 좀더 능률적으로 지켜보게 되었고, 개별적 사실을 전체적 맥락과 결부시켜 보는 방법을 알게 되었습니다.

 

개별적 사실을 전체적 맥락과 연결시켜 보는 그의 전체론적, 관계론적 눈으로 보면,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선 단기적, 부분적, 관계 파괴적 시각이 판을 칩니다.

 

“다음 몇초 간을 위해 계획을 세우는 증권시장, 단기차익만 노리는 회사 경영진, 긴 안목의 국가계획은 안중에도 없이 당장의 선거에만 혈안이 된 정치인들이 판치는 판국에 다음의 7 세대를 위한 결정이 과연 가능할까?”라며 자문하게 됩니다.

 

베이트먼은 그런 잘못된 시각을 교정하는 방법론으로 ‘산처럼 생각하기’를 제안합니다.

 

“산이 생겨나는 과정은 불변, 인내, 순응, 숭고의 단어를 연상하게 한다. 산의 입장에서 시공간을 바라보면 역사를 보는 시각이 넓어진다. 그리고 존경심으로 자연계를 대하게 된다. 또 산처럼 생각하면 세계를 소중히 만드는 모든 것을 보존해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어야 함을 제대로 인식하게 된다는 것”이지요.

 

저자는 산처럼 생각한 사람들만이 창조하고 발견할 수 있는 장기적, 전체론적, 관계론적 접근에 의거한 생태적 전환 사례들을 이 책에서 자세히 소개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미국 오리건 주의 쇼어뱅크 퍼시픽 은행은 지역사회 개발과 환경복원을 위해 우수한 환경정책을 실천하거나 공정사회를 만들기 위해 정책적으로 노력하는 작은 사업체들에게 수백만 불의 자금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줍니다.

 

대규모 간척 사업으로 알려진 네덜란드의 도시들은 자연지구의 보호, 보존에도 힘쓰고, 특히 기존의 간척지를 새로운 자연지구로 재탄생시키는 점에서 '생태학적 균형'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이스라엘 정부는 정책적으로 “성경에 나오는 모든 동물(사자 제외)이 야생자연에서 자유롭게 살아가야 한다”고 전제하며, 많은 동물종이 새로운 터를 잡고 살아가도록 육군 장교들로 하여금 자연주의자로 훈련받은 뒤 영토의 23%에 해당하는 자연 보존구역을 지키는 임무를 수행하게 합니다.

 

“어부들이 그물 앞쪽에 새우나 작은 물고기를 걸러내는 스테인리스 스틸 어망을 사용하면 매달 그물 보수에만 5천 달러가 들지만, 자연계와 인류의 미래를 위해 이 정도 비용은 지불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보면 그것이 실제 비용을 감소시킨다.”

 

산처럼 생각하며 자연의 정교함에 늘 감탄하는 저자의 능력이 그의 삶과 예술을 살찌우고, “평생에 걸쳐 자연 관찰가가 되어 자연 유산을 마음껏 즐길 수 있길 바라는” 그의 바람을 현실 가능하게 해주리라 믿으며 책 소개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