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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인으로 사고하라 본문
데이비드 볼리어 (배수현 역), [공유인으로 사고하라], 갈무리, 2015
만인이 자유롭게 공유해야 할 삶의 터전 곳곳에 사적 울타리들이 높게 쳐져 있는 엔클로저(enclosure) 세상에서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공유 운동가인 데이비드 볼리어는 이런 ‘시장의 식민지화’를 걱정합니다. 예컨대 공립학교나 대학에도 기업의 광고가 버젓이 등장하듯이, 사람의 의식까지 시장이 장악하는 등 '공공장소의 사유화'가 심하다는 것입니다.
엔클로저라 불리는 사적 울타리 치기는 공공장소에서뿐 아니라 학문세계나 연구개발 영역에서도 큰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도 나오듯이,국민세금으로 혁신적 연구가 이루어지지만, 그 연구물인 특허는 국민이 아닌 특정기업과 그 주주들만의 배타적 소유가 되는 등 지식의 소유 대상화에 따른 '특허 덤불'이 만발합니다.
법학자 마이클 헬러는 이런 현상을 ‘반 공유지의 비극’이라 부릅니다. 재산권의 파편화로 인해 연구자들이 소송 위험 없이 특허권에 대한 승인을 얻고 연구에 협력하기가 점점 곤란해지고 있다는 것이지요.
볼리어는 저작권의 원래 목적은 창작자에게 보상해 더 많은 새로운 창작을 위한 동기부여를 하는 것인데, 실제는 기업 보호주의의 상스러운 정치적 주장이 되고 말았다라고 개탄합니다.
저자는 공유공간이 없어지면 우리는 시장이나 국가가 시키는 탐욕스런 소비자나 침묵하는 시민의 역할을 강요받을 수밖에 없게 되리라 걱정합니다. 그러나 걱정만 늘어놓은 것이 이 책의 전부는 아닙니다.
오랫동안 공유운동을 연구한 이론가이자 전략가답게 저자는 사유보다 공유의 역사가 훨씬 길고, 공유의 법은 성문법보다 앞선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역사적 사실에 힘입어, 인간에겐 협동하고 공감하는 능력이 원래부터 있음을 보여주는 아래의 여러 선행연구 결과들을 인용하며 공유운동의 확장을 자신 있게 제안합니다.
예컨대 생물학자 윌슨은 “개인 차원에선 이기심이 이타심을 이기지만, 집단 차원에선 이타적 집단이 이기적 집단을 이겨 왔다. 그 외 모든 것은 부연 설명일뿐”이라며, 집단 내의 호혜적 교환이 인간 정체성과 공동체 문화의 밑바탕을 이루어 왔음을 역설합니다.
재난연구가 레베카 솔닛의 [지옥 속에서 지어진 낙원]에서 나오는 재난 공동체가 이를 잘 증명해 줍니다. 1907년의 샌프란시스코 지진, 제2차 세계대전 중 런던 대공습, 9/11 무역센터 테러와 같은 재난상황에서 사람들은 연대와 협력으로써 재난을 함께 이겨내기 위한 재난 공동체를 만들어내며, 트라우마가 아닌 ‘외상 후 정신적 성장’을 공감했다는 것입니다.
이론 생물학자 마틴 노왁에 의하면, 진화 과학의 최근 발견은 ‘개별 생명체가 상호의존의 복잡 시스템 안에서 잘 기능한다'는 점인데, 여기서 우리는 돌연변이나 자연도태 외에 ‘자연협력’을 3번째 근본원칙으로 삼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정치학자 엘리노어 오스트롬은 국가나 시장 없이도 공유자원 관리에 아무런 문제가 없도록 보통 사람들이 자율적 조직구성과 협력윤리를 만들어낸 수백 가지 실제 성공사례를 찾아냈습니다.
상기한 선행연구들을 통해 저자는 공유를 '진화하는 사회계약'으로 봅니다. 그런 점에서 그는 '공유의 비극'을 역설한 생태학자 게럿 하딘이 잘못 생각한 점은 목초지를 공짜나 임자 없는 땅 등 소유(ownership) 개념으로만 봤을 뿐 관리(stewardship)의 영역으로 보지 못한 점이라고 꼬집습니다. 즉 공유는 '많은 사람들에 의한 자원의 공동 관리에 관한 것'이란 점입니다.
저자의 생각처럼 우리가 사는 세상이 소유 영역이 아닌 관리 시스템에 관한 것이라면, 굳이 돈을 더 많이 벌어야 할 구조적 압력은 줄어듭니다. 그리고 서로의 피해를 막기 위해 양심적 예방조치를 취하며, 공동자원의 장기적 지속 가능성을 가능케 합니다.
물론 우리가 사는 세상엔 사적 소유권을 배타적으로 옹호하기 위한 사적 울타리 치기가 여전히 강세를 보입니다. 오늘도 다국적 기업들은 후진국의 생물자원을 수탈하며 그 결과물을 국제특허로 연결시켜 이윤을 극대화합니다.
그래서 인류학자 마르셀 모스는 “누군가에겐 선물인 것이 다른 사람의 돈벌이 수단이 되어선 안된다”고 비판합니다.
볼리어는 바로 이 '선물'이란 개념, 즉 타인의 돈벌이 수단이 아니라 우리 모두 즐겁게 주고 받을 수 있는 그런 것의 공유와 확산에서 공유인적 사고의 모티브를 잡아내는 것 같습니다.
이 책에서도 인용되고 있듯이, 루이스 하이드는 그의 고전적 명저 [선물]에서 “선물의 교환을 통해 사회적 경계선은 흐릿해지거나 아예 없어진다. 선물의 순환 시 소유경계는 없어지고 공유가 번창한다. 따라서 계산이 아닌 지속적인 사회적 관계 유지와 공감 만들기가 중요하다”라고 역설합니다.
저자는 다행히도 선물 경제의 이런 협업적 소지가 다음과 같이 현대 경제의 하이브리드 분야로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고 소개합니다. 예컨대 연 5백만 명이 이용하며 전 세계 젊은이들의 우정 쌓기를 가능케 한 카우치 서핑이 그 좋은 예입니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CCL)도 그 한 예인데, 이는 저작권자가 엄격한 사적 통제라는 기본원칙을 내려놓고 자신의 창작물에 대해 일정한 조건하에서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지식공유를 허락하는 것입니다.
도시가 이런 사회적 공유의 좋은 환경이 될 수 있는데, 카 세워링, 공동체 기반 도시농업 등을 그 응용 가능영역으로 볼 수 있습니다.
패턴이론 전문가인 크리스토퍼 알렉산더가 제안한 p2p 도시계획도 이 책에서 소개된 사회적 공유의 좋은 예입이다. 즉 인간성을 말살시키는 스타 건축가들의 대작(大作)주의 대신 도시계획에 협업 디자인과 사용자 참여 정신을 도입해 지역여건과 개인들 욕구에 더 맞게 도시계획을 시도해 보자는 것이지요.
볼리어는 사회적 공유의 확산을 위해 공유적 사고에 익숙해지려는 개개인의 노력과 국가역할의 재정립을 제안합니다.
독일 이론생물학자인 안드레아스 베버에 의하면, “공유는 공공정책이나 경제학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생명체의 존재조건”에 대한 문제입니다.
그렇기에 볼리어는 세상을 보는 관점의 변화를 요구합니다. 즉 우주 안에서의 우리 인간의 역할, 즉 우리가 더 이상 소비자나 투자자가 아니라 양도 불가능한 이해관계를 갖고 삶에 중요한 자원들의 관리에 다 같이 참여하는 삶의 주인공이란 점을 인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협력, 선물의 관점에서 삶을 보기 시작해야 하며, 나의 재산형성에는 자연의 도움이나 다른 사람들과의 사회적 관계와 상호의존이 작용했음을 절대로 부정해선 안 된다고 합니다.
공유인적 사고는 자연히 우리로 하여금 사회적 공유를 위한 윤리적 규범을 마련하게 합니다. 공유자원의 자율적 관리를 위한 규율의 마련은 자원 공동체의 훼손을 막고 무임승차자를 배제하게 함에 있어 매우 중요합니다.
또 그럴 때 시장이 이에 적극 부응토록 압력을 가할 수도 있습니다. 즉 시장을 길들이는 힘을 가진 논리적 공동체는 공유기반 시장도 가능하게 합니다.
국가도 공유자원의 신탁 관리자로서 그것을 양심적으로 관리하며 공유자원에 대한 만인의 동등 접근권을 보호해야 합니다. 그러나 시장에 물질적 기반을 둔 국가가 갑자기 정신을 차리고 상업 활동에 제재를 가할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그래서 저자는 공유에 대한 국가지원의 적절한 모델은 공유재의 형성과 지킴에 봉사하는 국가정책이라고 봅니다. 공유인의 분산된 창조성이 스스로 지역에 가장 적합한 해결책을 발전시키도록 뒷받침해 주는 역할이지요.
저자는 이미 정부는 기업이 번창하도록 정교한 관료제도를 통해 법적 특권과 보조금을 충분히 마련했으므로 이와 비슷한 정부의 지원이 공유영역에서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단, 현재 정치적 이해관계 중재자로서의 정부 역할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이 크므로, 환멸을 느낀 시민들이 스스로 만든 대안에 에너지를 쓰고 꼭 필요한 경우에만 국가와 상호작용해야 한다고 경계합니다.
그간 공유영역을 파괴하며 사적 울타리를 치는 데 직간접적으로 작용해온 국가와 시장을 공유경제에 맞게 재조정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이 공유인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프랑스의 공유연구가 알랭 리피에츠의 공유개념 정의가 이 책 소개의 끝맺음으로 등장해야 할 것 같습니다.
공유는 노르만 단어 commun에서 나온 것인데, 이는 선물과 그것에 대한 답례라는 의무를 뜻하는 munus에서 나온 단어랍니다. 즉 우리 모두가 공유영역에서 ‘선물을 받고 동시에 책임도 잊지 않는 세상을 회복’하는 것이 공유인으로서의 첫 출발점이자 가장 중요한 밑거름이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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