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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 에세이

익숙한 것과의 결별, 낯선 곳에서 아침 맞기

숲길지기 2025. 7. 9. 10:56

 

[행복은 자전거를 타고 온다], [학교 없는 사회], [병원이 병을 만든다]의 저자 이반 일리히는 말합니다.

 

우리는 스스로 걷고, 스스로 배우며, 스스로 치유해 왔다.”

 

그러나 산업주의 시대의 속도효율과 물질적 풍요 예찬은,  “소비자가 왕이다란 구호 아래 대량생산-대량소비 식의 시장적 가치관을 맹신하게 합니다.

 

그 결과 교통, 교육, 치료 등 종래의 자급(自給) 영역이, 이젠 남들이 제공해 줘야 겨우 이용할 수 있는 타율적 공급시스템으로 대체되었습니다.

 

공부는 학교에서, 치료는 병원에서, 웬만큼 걸을 수 있는 곳까지의 이동도 자동차에 의존하게 되었습니다.

 

이반 일리히의 말대로 자율의 영역에서 학교화, 의료화, 가속화 등 비()자율화가 확대된것입니다(박홍규, [이반 일리히: 소박한 자율적 삶참고).

 

우리는 이제 일상을 살아가려면 일단 소비부터 전제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상한 시스템 속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갑니다소비라는 감옥에 단단히 갇히고 말았습니다.

 

스스로 걷고 배우고 치유할 수 있는 자율역량은 까마득히 잊어버리고얼마든지 자급자족할 수 있는 물건과  서로 주고받을 수 있는 돌봄의 손길조차 시장에서 돈을 주고 삽니다.

 

자연히 사용가치보다 교환가치가 시장을 지배하게 되고대량생산-대량소비를 위한 자본주의 작동방식은 더 높은 생산성과 더 많은 개발을 최대의 축적기회로 부르짖습니다.

 

이는 곧 구매력 여하에 따라 사람을 차별하는 계급사회와 기후재난 등의 위험사회를 잉태합니다.

 

기후위기 하에서 이제 한 나라의 자원사용 방식과 소비생활 양식은 생태적 조건에 부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경제선진국은 과도한 개발을 지양합니다. 환경선진국에선 에너지 남용을 낳는 과소비를 경계하며 에너지 제로를 선언합니다이미 생태계의 수용능력이 크게 후퇴했다는 사회적 인식이 자리 잡았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는 그와 정반대로 더 큰 집 등  넓게 살기의 과시적 욕구와 더 큰 차 등 보여주기 식의 과시적 소비행태가 팽배해, 시장에서의 상품구매가 자기 정체성과 존재이유를 대변하는 인정투쟁이 강한 사회가 되고 말았습니다.

 

우리는 소비적 인정투쟁에 사로잡힌 채, 같은 소비행위 패턴을 집단적으로 보이는 전형적인 좀비형 소비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진단됩니다(우석훈, [생태요괴전] 참고).

 

자연히 사회의 지속 가능성은 약해지고,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감성을 크게 상실한 생태맹()의 폐해 또한 매우 큽니다.

 

우리가 좀비형 소비자로서의 생태맹 증세를 극복하고 책임 있는 소비자이자 생태 지킴이로 거듭나기 위해선, 다음과 같은 근본적 질문에 대한 나름의 답을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왜 우리는 물질적으로 발전하면서도 빈곤감을 크게 느끼는지? 우리는 왜 어플루엔자(affluenza)의 병에 스스로 노출되어 있는지? 어떻게 하면 책임 있는 소비를 함으로써 생태맹의 질곡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 !!

 

일리히는  걷고 스스로 배우고 치유하기 등 인간의 자율, 자급능력을 회복해 원래의 제자리로 돌려놓는 것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 우리가 꼭 취해야 할 과제라고 힘주어 말합니다.

 

한때 한눈팔다가 상실한스스로 걷고 스스로 알려 하고 스스로 몸을 고칠 수 있는 고유의 능력을 회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필요 이상의 욕심이 낳은 과도한 소비와 시장에의 과잉 의존을 줄이기 위해무소유의 삶, 심플 라이프, 자급()적 삶의 실천을 그 방법으로 제시하고 싶습니다.

 

법정 스님은 [아름다운 마무리]에서, 사람들이 자꾸 찾아오는 불일암을 떠나 강원도 오대산 산골로 거처를 옮기면서 한 수행자가 몸담아 사는 생활공간을 얼마만큼 최소화할 수 있는가를, 나는 이 집에서 실험해 보고 싶다. 수행자에게 어떤 것이 본질적인 삶이고 무엇이 부수적인 삶인가를 순간순간 나에게 물으려고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무소유는 일체 소유를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절대 취하지 않으려 하는 것이라는 스님의 무소유 철학이 위의 말씀에 잘 담겨 있습니다.

 

지금 우리 모두에게 그런 개인적 생활실험이 필요합니다소비를 너무나 당연시해 오던 그간의 잘못된 관행에서 벗어나 꼭 필요한 것만 옆에 두는,  불필요한 것은 다 걸러내는 소박한 삶, 무소유의 실험이 긴요합니다.

 

한때 여행을 삶의 전부로 삼아온 여행작가 한비야의 심플 라이프론은 소박한 삶의 좀더 실천 가능한 팁을 제공합니다그에 의하면, 긴 여행을 앞두고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 물건들을 배낭에 가득 담고 길을 나서지만,  여행 내내 배낭 속의 적지않은 물건은 손길 한번 가지 않고 배낭만 무겁게 만드는 주범임을 곧 알게 됩니다.

 

그래서 여행 중 손이 안 가는 것들을 배낭에서 하나둘 꺼내 다른 여행자에게 주다 보면 꼭 필요한 것만 배낭에 남아 여행 끝까지 동행하게 된다고 말합니다그는 인생살이에서도 꼭 필요한 것만 취하고 불필요한 것엔 눈길을 주지 않는 심플 라이프론을 주장합니다.

 

일본의 신문기자인 후쿠오카 켄세이도 과도한 소비사회에서 시장에 덜 의존하며 자급적 삶의 영역을 확보해가는 꿀팁을 몸소 보여줍니다. 그는 책 [즐거운 불편]에서 과도한 소비사회가 낳은 환경위기 하에서 교통, 청소, 먹을거리 마련에서 자급역량을 키워가며 즐거운 불편을 감수합니다.

 

자전거 통근, 외식 근절, 제철 채소와 과일 길러서 먹기, 마요네즈, 드레싱과 된장 만들어 먹기, 목욕물 손으로 세탁기에 퍼 담기, 설거지할 때 온수 사용 안하기, 전기청소기 사용 안하기, 티슈 안 쓰기, 다리미 안 쓰기, 고장난 물건 고쳐서 쓰기, 음식쓰레기 퇴비화 등이 그 예입니다. 그는 자전거로 출근하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한동안 입원했지만, 퇴원 이후에도 자전거 통근을 고집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기후파괴를 조장하는 과잉소비 사회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일부러 즐거운 불편을 감수하는 사람다운 한 사람을 만날 수 있습니다.

 

과잉소비와 과도한 쇼핑은 경제적으로 큰 문제를 가져오고 기후파괴를 앞당기는 반()생태적 행동의 여지가 큼을 우리는 결코 망각할 수 없습니다.

 

무절제한 쇼핑벽을 사전에 차단하고 생활에 불가피한 물품만 전략적으로 구입할 수 있다면, 필요와 억제라는 저울추의 자율신경을 우리 스스로 장악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생태적 전환의 과정에서 책임 있는 소비자로서, 나아가 자기가 쓸 물품은 스스로 만들어 쓰는 자급인의 모습도 어느정도 갖출 수 있지 않을까 일말의 기대감도 가져 봅니다.

 

아직 여러모로 부족하지만 저도 심플 라이프론에 따라 충동구매를 근절하고 당장 필요한 물건만 구입하려고 애씁니다. 가능하면 지금의 물건 구입이 어디까지나 10여년의 장기이용을 전제로 한 전략적 구입에 국한되도록 경계의 끈을 단단히 쥐고 있습니다. 또 새로 산 물건과는 좋은 인연이 되도록 기쁜 마음으로 오래오래 사용하려고 노력합니다.

 

2-3 정거장 거리는 걸어서 가고원하는 위치에 소재한 주말농장에 운좋게 당첨되면 주말 텃밭을 하며 채소 등 일부 먹을거리도 손수 마련해 봅니다. 나이가 드니 자꾸 신세를 지게 되는 병원 출입을 줄이자는 요량으로 예전에 배웠던 국선도 동작을 기억해내 아침마다 조금씩 해봅니다.

 

생태주의 공부를 하다 보니 생태적 전환기의 책임 있는 소비행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그리고 이를 주변 분들께도 설득력 있게 전해야 할 책무감도 느낍니다.

 

변화경영연구소를 이끌던 구본형은, 우리가 진정 변하려면  익숙한 것과의 결별, 낯선 곳에서 아침 맞기가 필요함을 역설합니다.

 

그러기 위해 저부터 영혼 없는 과소비 등 종래의 익숙한 것과는 단호히 결별하며,  아직은 낯설지만 녹색시민이라는 새로운 인간형을 아침햇살 아래 더 많이 맞이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공부와 몸으로 실천해야 할 것들이 참 많다는 생각을 다시한번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