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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벤치마킹하라 본문
도키와 후미카스 씀, 조경 옮김, [자연을 벤치마킹하라], 서울: 예문, 2002.
도키와 후미카스는 일본의 중소기업 경영자이다. 그는 노년에 들어 [자연을 벤치마킹하라]는 제목의 책을 썼다. 그 책의 주된 내용은 자연의 지혜를 기업경영 및 인생살이에 접목시킬 때 우리의 삶이 더 가치 있고 의미로워지며, 또 슬기로운 기업경영 및 생태 친화적 생산활동도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먼저 그는 자연을 형이하학적 자연(우리의 눈으로 관찰 가능한 물질적, 구상적 자연)과 형이상학적 자연(감성적 경험으론 모르지만 우리가 자연과 일체되었을 때 암묵적으로 전해오거나 눈에 보이는 현상을 초월한 추상적 자연)으로 나눈다.
그러고 나서 그는 우리가 이런 형이상학적 눈으로 대 자연을 보면, 대지가 길러낸 식물을 초식동물이 먹고 다시 초식동물을 육식동물이 먹고 성장해 이윽고 다시 대지로 돌아간다는 자연계의 먹이사슬구조가 큰 의미의 상부상조 관계임을 알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이 책에서 대 자연 속 동식물들의 생존비법을 의인화해 우리의 삶과 기업경영에 유용한 지혜를 자연계라는 신비한 우물 속에서 두레박으로 하나하나 길어 올리고 있다.
먼저 모든 생물은 자기방식대로 생존하는데, 아무리 작은 생물도 그 생존방식이 생태계 내에서 인정받으면 멋지게 살아남을 수 있음을 발견해 낸다. 즉 자연 속에선 약육강식이 지배하는 살벌한 생존의 논리가 아니라 생명체가 이질적 개성만 있으면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결국 다윈의 말처럼 "살아남는 종은 가장 강하거나 현명한 종이 아니라 환경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종이다." 자연계에서 그가 배워야 할 것으로 강조한 또하나의 벤치마킹 대상은 흙-식물-동물 간의 상부상조와 공생이다.
책을 읽다가 재미있다고 생각한 것은 인간이 사용하는 기계나 도구의 모양과 기능이 적지않은 경우 생물에게서 힌트를 받은 것이라는 그의 통찰력이다. 즉 비행기는 새, 고속열차는 공기저항을 완화하기 위해 오리너구리의 주둥이 모양을 연구한 결과물이란 것이다. 그리고 나이를 먹은 벌은 먹이를 찾고 젊은 벌은 이를 운반하는 등 벌들의 群 지능과 분업체계는, 조직의 최적화 및 제어에 응용 가능하다. 그는 상기한 점에서 자연은 고갈되지 않은 무한한 지혜의 샘이며, 풀 한포기, 나무 한그루, 새 한 마리 등 모든 생명이 인간의 스승이므로, 인간은 자연을 떠나 살 수 없다고 강조한다.
자연과 더불어 자연 일치적 삶을 산 사례가 바로 인디언과 원주민들이다. 예컨대 눈과 얼음세계 속에 사는 이누이트 족은 흰색을 표현하는데 20개 이상의 단어를 활용한다. 그래서 그들은 개썰매를 타고 온톤 하얀 색만 보이는 눈 세계 속으로 멀리 나갔다가도 집을 잘 찾아 돌아 올 수 있다.
인간도 원래 자연의 일부이다. 인간과 자연 모두 같은 원소로 구성되어 있으며 같은 법칙을 적용받는다. 즉 인간의 몸엔 자연을 움직이는 법칙이 마찬가지로 적용되는데, 예컨대 허브의 고유한 파장이 인체의 파장, 진동과 일체할 경우 인체는 본래의 리듬을 회복할 수 있어, 우리는 병의 치유에 자연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양에선 특히 기독교 세계에선 모든 것을 초월하는 조물주가 존재한다는 전제 아래 자연을 제압의 대상으로 보고 인간-자연 간에 지배-피지배관계를 설정한다. 다행히도 동양에선 존재로서의 자연이 아니라 글자 그대로 스스로 그런 상태(self-so)로 자연을 보며 주-객 구분의 발상 없이 양자의 일체화를 도모하는 등, 그래도 동양사회가 생태계의 이해 및 보호에서 서양보다 정신적 측면의 강점을 갖고 있음을 밝혀낸다. 따라서 그는 요소환원적 접근에 의해 분화된 과학을 소과학으로 보고, 이젠 소과학을 통합해 대 과학으로의 환원, 즉 자연과학에만 머무르지 말고 사회과학과 인문학을 융합한 멀티 사이언스를 구축할 필요성을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일선에서 활동하는 경영자답게 자원 및 환경문제를 푸는 21세기 생산모델로서 반(反)생산을 강조한다. 생산의 반대는 소비가 아니라 반생산이며, 이는 소비한 제품을 원래의 자연으로 환원시키는 것이다. 그는 반생산을 위해 단기간에 흙으로 돌아가는 생분해성이 높은 플라스틱 수지나 섬유개발, 식물 셀룰로스 등을 주원료로 한 용기와 포장재 사용을 적극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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