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스토리 텔러 (포토 에세이 블로그)
생태주의 공부의 길라잡이 본문
저에겐 생태주의 공부와 생태친화적 삶의 실천과 관련해 좋은 길라잡이가 있습니다. [녹색평론]이란 계간지 구독이 바로 그것입니다.
[녹색평론]은 현 기후생태 위기에 대한 본질적 문제제기와 더불어 그 근본적 치유방향을 문명전환의 차원에서 모색하고 있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 잡지입니다.
한마디로 말해 물질문명과 난개발에 대항하는 생태문명 운동의 대표적 담론지입니다.
독자의 흥미를 조장하기 위해 정치를 지나치게 권력게임으로 묘사하는 정치 가십 성격의 월간지들이나, 국내외 경제정보를 빠짐없이 제공해 결국엔 가진 자들의 승자독식사회를 공고화하는 데 기여하는 경제 주간지들과는 분명히 지향점이 다릅니다.
오히려 대의제 민주주의와 시장자본주의의 대척점에 서서, 대의제의 과두정적 성격을 견제하기 위해 시민의회 창설과 생태민주주의를 제안하는 대안 잡지입니다.
자본계급의 성장이익, 개발이익 독점을 비판하며 그것을 골고루 나누는 큰 공정틀의 확립방안과 호혜경제의 방향성을 타진하는 대안 잡지입니다.
한 해에 4번 발행되는 계간지인 [녹색평론]를 읽다 보면 회(回)마다 엇비슷한 얘기들이 반복되기도 하고, 충분히 다듬어지지 못한 설익은 문장도 더러 눈에 띕니다. 겉치장 하나 없는 평면적 편집도 아주 예스럽습니다.
그러나 이 잡지가 올곧게 추구하는 근본가치와 시대정신, 즉 생태주의와 민주주의 가치를 지지하는 마음으로, 특히 생태인으로서의 의무를 조금이라도 더하고자 계속 읽습니다.
다른 책이나 잡지에선 쉽게 볼 수 없는 내용이 여기엔 많습니다. 생태문명, 생명평화, 생태농업, 생태디자인, 기후정의, 기후행동, 시민의회, 숙의(熟議) 민주주의, 자치공동체, 의료의 공공성, 협동조합운동, 기본소득 등등은, 이 잡지가 세상의 부조리한 문을 따고 들어가기 위해 벼리는 고유한 열쇠말들입니다.
특히 기후변화와 생태위기를 진단하고 치유하기 위한 글이 적지 않습니다. 기후위기 하에서 우리 모두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필히 그 해법을 확산해야 할 귀중한 내용들입니다.
그래서 생태주의와 민주주의 공부 삼아 계속 읽기에 딱 좋은 잡지입니다.
일례로 작년 가을호의 협동조합 특집을 보면, 천박한 자본주의 세상에서 이런 이상한 짓(?)을 즐겁게 실험하는 분들이 이렇게 많다니 그저 놀랍고 존경스러울 뿐입니다.
작년 봄호에 수록된 지방자치 현실을 점검하는 대담 글에선 풀뿌리 자치를 위한 지역정당의 역할과 읍면동 자치의 필요성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고, 당면한 지역현실을 냉철히 진단해 보는 기회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올 봄호에 실린 한 생태예술가와의 대담 글은 자연의 원리와 생태계 자치에 의거해 버려진 땅을 생태적으로 복원해 내는 생생한 과정을 간접 체험하게 해줘, 평소 이 문제에 대한 저의 개인적 호기심을 흡족하게 충족시켜주었습니다.
큰돈도 안 되고 학술업적으로 제대로 평가받기도 어려운데, 많은 노고를 들여 잡지에 글을 기고하는 학자들과 활동가들이 있어 마음 든든합니다.
기고하는 모든 분들이 생태적 전환과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민주주의 기초를 닦는 데 뜻을 같이하며 공동의 목소리를 자발적으로 내고자 하는 마음에서 가능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잡지에 기고한 분들의 날 것 그대로의 싱싱한 정책 아이디어나 시원(始原)적 문제의식을 맛보는 것은 이 잡지를 읽는 큰 보람 중 하나입니다.
여느 잡지처럼 읽는 달달한 맛은 2% 부족하지만, 잡지의 올곧은 가치 추구와 진지한 편집 정신을 존중하며 계간지인 이 잡지의 배달을 손꼽아 기다립니다.
이런 잡지는 공공도서관이 빠짐없이 정기간행물로 비치해 도서관을 찾는 많은 사람들이 쉽게 접하고 그 가치를 공유하게 하면 좋겠습니다.
불행히도 우리의 현실은 [녹색평론]을 찾는 사람이 적고 비치해도 읽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란 전제 하에, 큰 도서관이 아니면 정기간행물로 비치하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실제로 잡지 신청기간도 그리 명확하지 않아 신청절차를 밟기도 수월치 않습니다.
문헌정보학자 도태현은 “도서관은 다른 곳엔 없는 것들이 반드시 있는 곳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동네 도서관에 가보면 도서관의 그런 공공재적 가치가 아직은 경시되는 안타까운 현실을 자주 맛보게 됩니다.
일단은 뜻있는 분들의 개별적 구독신청을 통해 잡지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해야겠습니다.
올해 봄호 목차를 보니 사람들의 온전한 삶을 짓밟은 극악무도한 반(反)민주세력의 근본적 퇴치와 민주주의 공고화를 위한 개헌논의 글들이 가득 실려 있네요.
불법 계엄으로 시작되어 탄핵파면 시점에 이르기까지 크게 훼손된 우리 민주주의의 틀을 점검하고 다시 굳건히 회복해야, 생태, 복지, 기후문제 해결과 관련된 진지한 논의도 지속 가능할 듯합니다.
잡지에 실린 좋은 글들을 다 읽었으니 그 내용을 강의시간에 학생들에게 전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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