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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의 글/두 글자의 사유

산행

숲길지기 2011. 6. 10. 03:59

속칭 강남 번듯한 곳에 집을 살 목돈이 전혀 없기도 하지만, 내가 집을 고르는 주요기준은 얼마나 집이 산 옆에 있는가의 여부이다.

 

그래야 산에 자주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니 그래야 내가 산속에 들어가 있는 시간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에 갈려고 버스타고 택시 타서는 산에 자주 갈 수 없다.

 

내게 산은 무엇인가? 산은 내 배부른 배를 쉽게 꺼지게 하는 헬스 코치이고, 내 까칠한 성품을 살살 달래 누그러뜨려 주는 마음의 안마사이다.

 

그래서 산은 내 심신의 평안함을 도모해주는 또 하나의 집이다. 아니 현실의 집보다 더 내 몸과 마음을 맑게 닦아주는 세탁소이다.

 

그래서 산행은 늘 설렌다.

 

뭔가 내 번민의 실타래를 길게 풀어야 할 때, 산에 들어가면 많은 경우 그 해결의 실마리를 하나는 붙잡고 산으로부터 나올 수 있다.

 

때론 세상사가 잘 풀려 내가 좀 우쭐할 때면, 산은 나를 넌지시 불러 혼낸 뒤, 그래도 정신 못 차리면 조금 몸을 다치게 하며, 겸허의 징검다리를 마음의 눈으로 보게 만든다.

 

그제서야 나는 허겁지겁 낮은 데로 임하며 그 징검다리를 오래 들여다본다.

 

어느새 나는 산의 꼭대기에 처하려는 등산 보다는, 산에 난 숲길을 평안한 마음으로 꼭꼭 다지며 걷는 산행의 마니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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