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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의 글/두 글자의 사유

최선

숲길지기 2013. 1. 8. 09:39

우리는 최선(最善)이란 말을 언제 가장 많이 사용할까? 무엇을 도모하는 과정에서인가? 아니면 어떤 행동의 결과로서 이 말을 떠올리는가?


조금 전 컴퓨터 한글사전으로 이 단어의 뜻을 찾아보니, 그 구체적 의미보다는 이 말이 가장 잘 쓰일법한 용례들만 모니터 화면 가득 떠 있다.  “최선을 다하다. 최선의 방책이다. 최선의 노력 등등---.”


그리고 보니 이 말은 가장 바람직한 결과나 가장 만족스런 결과의 획득 등 그 결과적 의미 이전에, 무엇인가를 얻기 위해 반드시 밟아야 할 과정으로서의 의미가 더 강하고, 또 결과 획득 이전에 필히 선행되어야 할 어떤 절차적 의미를 가진 말이란 느낌이 강하게 든다.


최선의 과정을 밟아야만 최선의 결과가 온다는 것이다. 아니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만 최선은 아니더라도 차선의 결과가 올 수 있고, 어떤 상황에선 내가 최악의 결과를 겨우 면할 수 있다는 의미도 담겨져 있을 것이다.


불행히도 우리는 과정보다는 결과의 뜻으로 이 말을 더 많이 사용한다. 가장 바람직한 행동의 전제 없이 가장 만족스런 결과만 얻으려 하는 것이다. 그야말로 연목구어 식이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치국부터 마시는 형국이다. 그러므로 자칫하다간 최선의 결과는커녕 최악의 상황 속으로 함몰될 수도 있다. 


김치국은 떡과 함께 먹어야 더 맛나고 시원하게 목구멍으로 넘어간다. 나무 위에선 물고기를 구할 수 없다.


매사에 겸허한 마음으로 올인하는 나의 적극적 과정이 전제될 때만,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쪽으로 좋은 결과가 정당하게 찾아올 수 있다는 희망 아래, 하루하루의 일상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그러고 보니 최선이란 말은 사필귀정(事必歸正)이란 말과 형제 간인 것 같다. 또 절차적 정의(procedural justice)라는 말과도 친화적이다. 하여 최선이란 말은 우리 모두가 하루하루의 일상에서 반드시 참고하고 준수해야 할 제일의 행동강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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