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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의 글/두 글자의 사유

독서(II)

숲길지기 2013. 12. 9. 11:14

라디오 PD 정혜윤은 말한다.

“독서는 실제의 나와  내가 읽은 것 사이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시소타기” 라고.

참으로 독서의 의미를 정확하게 짚어낸 말이다.

 

우리의 생각과 일상은 지루하고 진부하다.

그러다가 읽은 한 권의 책이 일상의 진부함을 떨쳐버리게 하고 새로운 길로 안내해 줄 수 있다.

그 새로운 길에 나를 맞추기 위해 생각의 틀을 바꾸기 시작하고 삶의 조준점을 점검하다 보면 조금씩 일상이 바뀌기 시작한다.

그러면 새로운 삶을 살아낸 내 인생시험 점수가 올라간다.

그 만족감과 자신감이 더 높은 지식의 세계와 더 험한 생활세계로 나를 자신있게 이끈다.

 

독서는 그런 점에서 나무가 성장해 가는 모양새와 같다.

일단 한 권의 책이 내 정신의 묘목이 되어 뿌리를 내린다.

얼마 후 땅에서 어렵게 나무기둥이 올라온다.

곧 작은 가지가 뻗치고 그곳에 이파리가 달린다.

한 가지에서 다른 가지가 뻗어 나오고, 그곳에 새 여린 잎들이 매달린다.

시간이 흘러 묘목은 멋진 수형(樹形)을 갖춘 어엿한 나무로 탄생한다.

 

독서는 접속이기도 하다.

우리를 새로운 미지의 세계로 자꾸 안내하기 때문이다.

처음엔 미지의 세계가 두려웠지만 그곳의 옹달샘에서 책이라는 단 샘물을 맛본다.

그러자 옹달샘 옆의 바위가 보인다.

그 바위에 올라가니 바위틈새에 풀잎이 자란 것이 보인다.

풀잎 향기를 맡으니 눈에 나비가 들어온다.

나비를 따라가니 꽃이 보이고 꽃 속을 들여다보니 벌 한 마리가 식사 중이다.

식사를 마친 벌의 비행궤적을 따라 하늘을 쳐다본다.

하늘의 먹구름이 내가 어제 흘린 땀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결국 한 권의 독서가 여러 세계 간에 튼실한 다리를 놓아

나는 어느덧 큰 두려움 없이 미지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는 지식이라는 열쇠 꾸러미를 손에 쥐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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