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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스토리 텔러 (포토 에세이 블로그)
150년 전 뉴욕 맨하탄 섬 한복판 늪지에 디벨로퍼들이 마천루를 지으려 하자, "그곳마저 개발되면 뉴욕시민들은 전부 정신병원에 가야 한다"며 저항한 한 시인의 반대로 뉴욕시 한복판에 센트럴 파크가 생겨 이후 많은 뉴요커들의 안식처가 되었지요. 역시 크게 버려야 크게 얻는가 봅니..
사람 사는 큰 집을 무대 배경으로 삼아 억새꽃이 바람의 음악에 맞춰 신나게 군무(群舞) 중입니다. 세상 제일의 부드러움과 세상 으뜸의 아름다움으로 한껏 물오른 가을의 존재감 드러냅니다.
계절의 시계는 어느덧 가을 한가운데. 나뭇잎들은 녹색 바지를 벗고 짙붉은 치마로 갈아입습니다. 떨어져 나간 잎 한 쪽의 구멍 자국이 가을의 쓸쓸함 더해 줍니다. 저렇게 농익다가 살점 덜어내며 조금씩 소멸해 가는 것이 모든 생명의 순명이겠지요.
뭔가 대단한 것 보려고 굳이 먼길 나설 필요는 없지요. 집 근처의 공원이나 인근 숲길 걷다 보면 몸과 마음 어느새 가벼워지고 평소의 고민거리 해결할 묘안도 번뜩 떠오르지요. 오늘도 마실가듯 가벼운 마음으로 동네 공원 길 들어섭니다.
처음엔 고운 새싹으로 세상과 조우한 뒤 청년의 냄새 물씬한 잎으로 세상에 맞서 힘 겨루더니 나무는 이제 잎새 뒤의 열매로써 세상에 풍요를 선사합니다. 이윽고 찬바람 불면 모든 것 덜어내고 비우겠지요. 세상이 준 생명 소중히 받들고 치열하게 살다가 세상허물 다 벗어 던지듯 자신..
한여름 내내 뙤약볕의 상징처럼 느껴지며 걷기에 무척 고통스러웠던 저 긴 길도 산들 산들 가을바람 앞에선 걸어도 또 걷고픈 사색의 길로 다가옵니다. 오늘 저 길 걸으며 가을이 전해오는 계절의 노래에 귀 기울여보렵니다.
맨땅에 말뚝 박고 팔뚝에 힘줘 하나하나 들어올려 쌓다보면 저 높은 집들이 세상에 자신의 출생을 알리게 되지요. 그래서 저 높은 집들은 타워 크레인의 자식들입니다. 잉태한 새 생명 배속에서 소중히 지켜내 때 되면 세상에 내 보내는 어미의 마음 같이, 타워 크레인들도 이왕 짓는 것 ..
여름 내내 길 모퉁이에서 그저 그렇게 무색무취로 존재하더니 가을의 문턱 넘자마자 찬연한 붉은 옷으로 갈아입고 계절의 변화를 실감하게 하는 저 화살나무의 농익은 존재감!
한낮엔 따가운 햇볕이 간혹 싫지만 새벽녘엔 자꾸 이불 끌어당기게 찬기 도는 요즘입니다. 그저 일교차 큰 것 탓하며 하루하루를 바삐 보내는데, 어느새 나무들은 가을옷으로 예쁘게 단장했네요. 고운 단풍 색깔 감상하며 계절의 흐름 잠시라도 음미해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