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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 플레이스: 죽어도 좋을 만큼 가슴 뛰게 하는 내 인생의 마지막 한 곳 본문
김별아, 이기웅 외, [소울 플레이스: 죽어도 좋을 만큼 가슴 뛰게 하는 내 인생의 마지막 한 곳], 도서출판 강, 2012.
여러 사람들이 쓴 글을 모은 책은 책의 초점도 흐릿하고, 집필에 참여한 사람들의 지적(知的)인 자기 자랑 모음집이 되기 쉬워, 개인적으론 독서의 대상으로 그리 선호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집필에 참여한 필자들이 soul place, 즉 마음 혹은 영혼의 안식처 찾기라는 공통분모를 분명히 갖고 있습니다. 또 그들이 오랜 삶의 변화에서 스스로 터득한 자신의 장소 철학을 진솔하게 말해줘 단숨에 읽었습니다.
필진 중 제일 처음 등장한 이기웅은 “삶을 완전히 바꿔버리는 진짜 풍경”이 있다고 말합니다. 그런 풍경과 마주치면 세상이 요구하는 가짜 질서, 즉 성공 논리와 승리 질서에 큰 의문이 생긴다고 합니다.
그가 삶을 바꾸는 진짜 풍경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은 늘 여행하며 길 위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기 때문입니다.
“빈털터리가 되면 온 세상이 나의 거처이다. 배고프면 마른 빵을 먹고, 심심하면 다른 배낭족과 어울려 웃으면 그만이다. 가난하기에 세상과 더 친밀해질 기회가 많아진다.”
삶을 바꿔버리는 풍경을 찾고자 무수히 떠났던 그의 길 위의 철학은, “욕망의 바벨탑을 향해 자신의 참 존재와 어울리지 않는 엉뚱한 갑옷으로 무장한 채, 그 갑옷으로 인해 육체와 영혼에 마구 생채기가 생기는” 우리네 인생을 진지하게 되돌아보게 합니다.
영혼의 안식처를 찾는 이 책에 소개된 많은 글 중 백미는 작가 오소희의 얘기입니다. 작가는 세계 경승지의 유람보다는 사람 여행을 즐깁니다.
“여행지나 박물관, 유적지보다는 시클로를 끌다가 자식들을 향해 미소 짓는 인도의 어느 애비나 주먹밥을 팔다 아기에게 젖을 물리는 어미가 더 위대하다.”
작가는 그런 사람여행이 가능한 곳으로 부암동을 꼽습니다. 그곳에서 그녀는 아이와 같이 인생을 또한번 배우며 살아갑니다.
“엄마가 되고 엄마로 자란다. 아이가 배우는 그대로 다시한번 세상을 배운다. 어미의 열린 마음으로 포옹하듯 배운다. 유년을 두 번 산다.”
작가는 부암동에서 아이와 시간을 같이하며 또 한번 세상살이에 대한 경이의 눈을 얻고 있습니다.
집필진 중에 가장 격정적인 마음으로 소울 플레이스를 찾는 사람은 이창수입니다.
“죽어서 갈 흙 살아서 가자. 가려면 빨리 가자. 원 없이 일했고 원 없이 놀았다. 마음이 일 때 가자.”
그는 10년 터울로 새로운 삶을 꿈꾸는데, 60세 이후의 꿈은 히말라야에서 사는 것입니다. 그 연습으로 먼저 지리산행을 선택했습니다.
“살아가는 동안 무엇을 내가 꼭 이루려는 마음에서 '나'를 빼기 위해” 지리산으로 갔습니다. 아침 햇빛을 큰 숨으로 받아내며 자기 자신을 잊기 위해서입니다.
“살아가는 길은 나를 지우는 길”이란 그의 말에서 ‘나’는 헛된 욕망에 빠지기 쉬운 지금 우리 모두를 일컫는 것이지요.
건축가 천경환은 신세대 건축가답지 않게 차분한 목소리로 자신의 건축철학을 전합니다.
“광장은 가능한 모든 삶의 모습이 집약된 거대한 무대이다. 그와 동시에 도회적 삶을 느긋하게 감상하는 아늑한 객석이다.”
그는 뉴욕의 블리커 스트리트에서 그런 곳을 찾아냅니다. 그곳의 정돈된 느슨함이 좋다는 것이지요.
“건축가는 건물을 예쁘게 디자인하는 사람이 아니라 건물을 통해 좋은 장소를 일구어내는 사람이다. 그 장소에서 벌어질 삶의 풍경을 제안하는 사람이다.”
장소를 만들고 풍경을 일구어내기 위해, 그는 오늘도 “어떤 삶을 담는 장소를 만들까?” 고민 중입니다.
바르셀로나에서 요리를 배우고 만드는 김문정은 요리사 이전에 세상에 대한 뛰어난 관찰자입니다. 그녀만의 소울 플레이스를 찾으려 노력했기 때문이죠.
“바르셀로나 사람들이 행복한 삶을 사는 대부분의 이유는 그곳의 사회정책 때문이다. 3세부터 의무교육이 이루어지고 방과후학교도 저렴해 엄마들의 파트타임 일이 가능하다.”
그녀는 사람들을 거리로 나와 소통하게 만드는 그곳의 거리 활성화 정책도 높게 평가합니다.
"한 구(區)안의 대형 슈퍼체인 수와 대규모 쇼핑몰을 제한해 재래시장이 있는 상업지구의 활력을 모색한다. 또 중세시장 분위기의 주말장을 열고, 계절마다 작은 축제에 주민들이 참여해 인간 탑 만들기를 하는 등, 오랜 전통을 지켜 내려는 주민과 공무원들의 노력이 일년 내내 계속된다."
저마다의 소울 플레이스를 찾으며 맞춤형 삶을 살아가는 필자들의 목소리에서, 우린 정말 “삶을 바꿔버리는 풍경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 그런 곳에서 "사랑하는 아이들을 키우며 다시한번 아이와 같은 천진한 눈으로 삶을 응시할" 수 있고, 탐욕에 빠지기 쉬운 “나를 지우며” 살아갈 수 있음을 확신하게 됩니다.
물론 이를 가능하게 해주는 “정부 정책의 적절한 뒷받침”과 “우리의 삶을 담을만한 좋은 장소와 풍경을 일구어내는” 건축가의 따뜻한 시선이 빠져선 안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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