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스토리 텔러 (포토 에세이 블로그)
운동장으로 출근하겠습니다(보니, 제이시 외, 바른 북스, 2025) 본문
조직학, 경영학 관련 책을 보면, 인간관계학파가 주장하는 직장 내 비공식집단의 순기능 논의 부분이 나옵니다. 직장내 동호인회 등 비공식집단 활동이 직원들의 관계적 욕구를 증진시키고 나아가 노동생산성에도 플러스로 작용한다는 이론적 주장입니다.
이 책의 직장인들도 코로나 19가 낳은 사회적 격리, 재택근무를 겪으며 관계욕구의 충족을 갈망했는지 모릅니다. 때마침 '골때녀' 방송을 통해 여성풋살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직장 내 동호인 모임 형태로 축구팀을 결성하게 됩니다.
이 책에는 고된 하루근무를 끝낸 ‘거북목의 하얀 거북이’들이 처음엔 ‘노랑 병아리 떼’처럼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동네축구 수준를 면치 못하다가, 각자의 개인훈련을 통해 전술 이해도를 높이면서 팀의 기술적 완성도와 더불어 개인적으로 성숙해지고, 행복풋살을 함께 만들어가는 생활가치 공동체 형성 과정이 잘 그려져 있습니다.
행복풋살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각 팀원들의 개인적 노력과 그에 대한 팀원들의 응원과 협력은, 피말리는 무한경쟁과 공멸의 우려를 낳는 각자도생의 현 사회적 질곡을 극복할 수 있는 슬기로운 대안 제시와 그를 위한 개인적 잠재역량을 잘 보여줍니다.
예컨대 팀원들 개개인의 장단점 분석과 엔트리 확정, 맞춤형 전술구상 등 유명 축구감독 못지않은 몰입적 리더십을 발휘한 A 팀원, 또 “경기승리보다는 서로에게 신뢰할만한 동료되기”가 풋살 목표라는 B 팀원, 금고지기 총무역할을 맡은 C 팀원의 서번트 리더십 학습 부분, "축구는 발뿐 아니라 말로 하는 운동이며, 패스의 질보다 소통이 더 중요하다"는 주장 D 팀원의 통찰, 심한 부상을 당하고도 선수생활을 포기하기보다는 이전 경기를 속으로 복기하며 부상방지와 전술강화를 도모하는 E팀원의 결기, 팀 활동을 하며 풋살관련 다양한 사업구상을 기획하는 F 팀원의 엉뚱한 발상 등은, 책을 읽으며 개인적으로 매우 인상 깊었던 대목들이었습니다.
팀원들의 이런 노력과 다짐은 성숙한 직장생활을 위해 또 어제보다 나은 오늘의 '내' 가 되기 위한 진화적 존재로서의 한 단면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책을 읽으면 이 책의 적지 않은 내향적 성격의 공저자들이 게임 후 땀내 절은 유니폼을 오히려 자랑스러워 하며 전철에 몸을 싣고, 몸에 각종 부상을 달고 살면서도 풋살을 통해 반짝이는 얼굴로 일상을 대하며 보다 긍정적 마인드로 직장생활에 임하게 되었다는 얘기들이 많습니다. 이는 직장동호회 모임이 단순한 관계욕구 충족을 넘어 자아존중, 자아실현이라는 고차원 욕구 충족의 작은 계기가 될 수 있음을 확인하게 해줍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습니다. 시절 인연으로 우연히 뭉쳐 평생 인생친구를 만난 젊은 직장인들의 함께 서기와 행복풋살 추구가, 일과 삶의 균형 등 밸런스 경영, 점차 가시화되는 인구절벽 시대의 노동희소 사회에서 직장인의 인간적 가치와 동기부여를 존중해주는 성숙사회로 나아가는 튼실한 연결 고리가 되길 바랍니다. 이를 위해서도 이 책 공저자들의 행복 풋살이 언제나 지속 가능하길 희망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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