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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의 글/두 글자의 사유

회성 (봉사)

숲길지기 2025. 12. 11. 16:37

마지막으로 교수로서의 사회봉사 영역을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부끄러운 마음으로 저의 오답노트부터 공개하고자 합니다.

 

솔직히 저는 학교 보직엔 잘 안 어울리는 스타일이라고 스스로 생각해 왔습니다. 평소 제가 생각하는 다음과 같은 리더의 3가지 덕목 면에서 볼 때 그런 생각이 크게 들었던 것입니다.

 

첫째, 가이드(guide) 능력입니다. 조직이 나아가야 할 비전의 제시 혹은 일종의 큰 방향잡기이지요. 그런 점에서 가이딩 능력은 리더의 가장 기본적 덕목이라고 생각됩니다.

 

둘째, 치어링(cheering) 능력입니다. 조직의 장이 아무리 좋은 방향으로 조직을 이끌어도 하위자들을 강압적으로 다스리는 파쇼체제 하에선, 조직이 건설적 방향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고래도 칭찬하면 춤을 춘다라고 하지요. 열성을 다하는 하위자들을 다독이고 격려하며 그들에게 자기 발전의 기회를 한껏 배려하는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셋째, 매니지먼트 기술입니다. 리더가 아무리 방향을 잘 잡고 하위자의 등을 어루만져 준다고 해도 하위자들이 리더의 뜻대로 항상 움직이는 것은 아닙니다. 그들의 작업목표를 정기 점검하고 잘못은 그때 그때 바로 잡아줘야 합니다. 조직이 움직이려면 많은 자원이 필요하기에 그것을 합리적으로 동원, 배분해 자원의 누수를 막고 조직을 살찌우는 관리역량도 긴요합니다.

 

저의 경우는 뒤의 두 가지 능력은 모자라지만 가이드 능력은 좀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할 수 있습니다. 시대가 요구하는 조직의 비전 제시와 그에 맞춘 조직의 발전경로를 그려낼 능력은 다른 덕목에 비해선 조금 더 갖추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방향을 잘 잡아도 하위자들을 신명나게 그 방향대로 움직이게 하는 치어링 능력이 모자라고, 항상 자리를 지키지 못해 일상적 조직점검이 잘 안된다면, 하체는 부실한 채 상부구조만 과잉 발달한 가분수의 조직 운영이 될 우려가 큽니다.

 

결국 guiding은 작은 + 학점이지만, cheering과 management는  큰 - 학점이라고 자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래서 학교보직을 맡을 기회도 더러 있었지만 극구 사양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제가 주제 파악은 좀 되어 있는 편입니다.

 

학교 퇴행에 간혹 쓴 소리는 냈던 것 같습니다. 누가 피리를 분다고 그 방향으로 모두가 따라갈 수 없어 무리한 학교통합이나 외부총장 임용엔 작지만 강한 대학을 표방하며 반대했습니다. 학교통합을 빌미로 교육공간을 망가뜨리려는 학교당국엔 잠시 맡았던 학장직을 걸고 강하게 주장하며 일부 공간을 지켜내기도 했습니다.

 

씁쓸한 얘기는 이제 멈추고 제 딴엔 의미 있다고 생각한 대외적 사회봉사 활동을 조금 언급해보고 싶습니다.

 

국가평생교육원에서 진행하는 지역 평생교육 지원사업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평소 사회교육이나 지역 평생교육의 중요성을 알고 있던 차라, 지역 평생교육사업에 열심인 지자체들을 발굴해 재정지원 해주는 이 사업에는 몇 년 계속 관여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방문했던 산간벽지 마을 군민들의 평생교육에 대한 열의가 지금도 생생히 기억납니다. 지방 공기업 평가를 다니며 만난 하위직 공무원들의 순박한 마음씨와 공무에의 헌신도 쉽게 지워지지 않는 소중한 기억입니다.

 

나라살림꾼을 뽑는 공무원 채용관련 시험출제는 큰 마음으로 임했습니다. 공무원채용 면접심사는 정말 오랫동안 열심히 했습니다. “시작이 반이라고 사람을 잘 뽑아 놓으면 여러 제도가 좀 미흡해도 사람의 힘으로 메울 수 있다는 생각에서, 나라살림꾼을 뽑는 공무원 채용, 면접심사엔 오랜 기간 적극 참여했던 것 같습니다.

 

행정학 관련 여러 학회의 편집위원()이나 외부 심사위원 자격으로 학회보 논문심사도 오래 하며, 후배 학자님들 연구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했습니다.

 

 일선 현장에 직접 관여하며 실질적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제 몸과 마음을  움직였던 이런 사회 봉사경험이,  중앙부처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던 체험보다 더 크게 기억에 남습니다.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블로그를 통해 1인 사회교육을 시도해본 점도 굳이 사회봉사라면 봉사라 할 수 있겠지요. 처음엔 포토에세이 블로그로 출발했지만 대학강단에 서면서 느낀 사회문제에 대한 소감이나 정책현안에 대해 제 생각을 전하는 정책 블로그 성격도 일부 가미해 보았습니다.

 

봉사랍시고 여기저기 얼굴을 내밀며 힘 있는 사람들 눈에 띄어 더 높은 자리나 탐하는 그런 불나방같은 인간은 되지 말자고 평소 다짐했는데, 돌이켜보니 전문직업주의(professionalism)를 개인의 입신양명(立身揚名)보다는 전문적 봉사라는 취지에서 조금은 실천할 수 있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부족한 행정학 지식과 전문성이 도움을 요하는 낮은 데로 흘러가 조금은 사회적 쓸모가 있지 않았나 조심스럽게 자평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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