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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행성, 수권의 재야생화, 기후난민: 리프킨의 [플래닛 아쿠아]를 읽고 본문
미국의 사회사상가이자 미래학자인 제레미 리프킨(J. Rifkin)은 자신의 최근 저서 [플래닛 아쿠아]에서 인류가 지구의 70%를 구성하는 물을 자원화해 과도하게 이용한 결과 드러난 부정적 영향, 특히 기후변화에 따른 수권(水圈)의 재야생화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책은 지구의 70%가 물이므로, 지구는 땅의 행성이 아니라 물의 행성, 즉 플래닛 아쿠아(Planet Aqua)로 보아야 한다는 전제에서 논의를 시작합니다.
인류는 풍성한 물을 이용해 농사를 짓고 물의 낙차를 이용해 전기를 만들고 수운(水運) 등 물을 이동수단으로도 삼았습니다.
물은 인류를 위한 수자원, 즉 생명수, 생활용수, 농업용수, 공업용수였습니다. 인류는 그렇게 차고 넘치는 물을 수자원으로 이용해 거대한 수력(水力)문명을 이루었습니다. 물-에너지-식량 넥서스가 그런 수력문명을 상징합니다.
허나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입니다. 물-에너지-식량 넥서스를 부단하게 가동하기 위한 화석연료의 남용이 대량의 온난화 가스를 배출하면서 자연의 대반격이 시작되었습니다.
극지방 해빙, 강력 대기천, 대홍수, 가뭄, 폭염, 초대형 폭설과 강추위 등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가 인간사회에 위험의 부메랑으로 다가오면서 생태계가 파괴되고 수권(水圈)의 재야생화 징후가 날로 커집니다.
인류가 수력문명이란 이름 아래 스스로 그러하게(自然, seif-so) 흘러야 할 물길을 자의적으로 돌리고 무리하게 틀어막고 마구 물을 퍼 써대니, 극지방 해빙, 대홍수나 대가뭄, 초대형 폭설 등 통어(統御) 불가능한 수권의 재야생화 문제가 대두합니다.
하지만 수력문명을 지탱해온 댐 시설, 관개시설, 공업하천, 수력발전소 등 지상의 수자원 인프라들이 노후화되면서, 낙후 일로의 수력문명은 수권의 재야생화에 속수무책일 뿐입니다.
자연의 대반격, 수권의 재야생화는 동료생물들의 서식지는 물론 인류의 서식처마저 붕괴시키고 있습니다. 이른바 생태계 파괴에 따른 기후난민 속출은 이제 불 보듯 뻔합니다.
리프킨은 지구가 땅의 행성이 아니라 물의 행성(planet aqua)임을 재인식하는 데서 기후변화에 대한 우리의 대응이 출발해야 함을 강조합니다.
인류와 동료생물들의 분포방식을 결정할 만큼 물의 영향력이 절대적이기에, 야생으로 돌아가는 수권의 패턴을 이해하고 그것에 적응해야만 6번째 대멸종 위기를 막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선 물의 경고에 진지하게 귀 기울이며 물의 흐름, 즉 수권 변화에 적응해 나가야 합니다. 수자원 인프라의 땜질식 수리 재건을 넘어, 자연의 변화에 근본적으로 적응하는 새로운 균형을 확립해야 합니다.
이는 우리가 더이상 효율성과 생산성 추구가 아닌 회복력과 재생성을 중시해야 할 대전환의 시점에 진입해 있음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책의 저자 리프킨은 다행히도 인류에겐 적응 유전자가 내재해 있고, 그런 유전자들이 새로운 생태 시스템을 만들어 낼 것으로 조용히 낙관합니다.
지상의 각 지역들이 그곳의 자연이 정한 패턴과 리듬, 시간표에 적응하는 법을 배우는 차원에서 새로운 생태친화적 기술들을 구현할 수 있음을 자세히 소개합니다. 슬로 워터, 스펀지 도시, 녹색 지붕, 땅에 묻혀 있던 강 하천 대수층 습지 되살리기, 빗물저장 포집 등이 그것입니다.
그는 기후변화, 특히 수권의 재야생화로 인해 2070년에 이르면 기후적소(適所)가 크게 줄어들면서 세계 인구의 1/3이 기후난민이 될 것으로 예측합니다.
보다 나은 생장조건을 찾아 떠나기 시작한 동료생물들의 이동경로를 따라, 기후난민인 인류도 그 이동경로 위에 팝업도시, 임시도시를 설계해야 함을, 또 생태 노마디즘에 걸맞게 보다 쉽게 분해되고 재조립이 가능한 3D 프린팅 건축의 필요성을 역설합니다.
새로운 기후적소를 찾아 떠나는 인류의 대이동을 뒷받침하기 위해 기후정의 차원에서 국경을 헐고 얼마 남지 않은 지상의 공유지를 연대 협력의 정신으로 같이 지켜야 함을, 그런 맥락에서 기존의 지정학 모델에서 벗어나 생물권 정치, 생태 지역거버넌스의 긴요함도 강조합니다.
리프킨은 이 책에서 보전과 번영의 갈림길에서 우리가 가야 할 길을 다시금 생각하게 합니다. 그간의 칸트식 이성적 접근이 철학적 실수로 수권의 재야생화라는 위기를 자초했기에, 이젠 쇼펜하우어의 공감, 연민 등 생명애에 의거한 생물권 정치 쪽으로 세상을 다시 디자인하자는 것입니다.
[플래닛 아쿠아]는 이런 적정한 철학적 논거 위에서 인류가 나아가야 할 지향점의 근거를 밝히고 그 실천 방법론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고자 한 저자의 저술의도와 저술역량이 잘 녹아 있는 책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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