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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스토리 텔러 (포토 에세이 블로그)
동네 벼룩장터가 대성황입니다. 대형건물 꼭대기층의 이벤트홀을 가득 채우고도 자리가 모자라 같은 층의 원형로비까지 삥 둘러 설치된 임시 좌판대가 초만원입니다. 한번 쓰고 쉽게 버리는 것을 일삼는 과소비 도시인 줄 알았는데사람들은 '소비 뒤의 쓸모'도 예정하고 있었네요. 쓰다가 싫증 나면 바로 버리고 이후 눈길 한번 안 주는 쌀쌀함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소비 후 또 한번의 쓸모마저 염두에 둔 또순이 엄마와 또순이 따님들,또돌이 아빠와 또돌이 아드님들의 슬기로운 마음씨가 차가운 날씨의 도시를 훈훈하게 덥힙니다, 내 손을 떠난 뒤 필요로 하는 다른 사람을 찾아가는 따스한 연결고리 하나가 오래도록 눈앞을 어른거려마음 한 켠이 훈훈해진 어느 토요일 오후였습니다
“어디가 사람 살기에 좋은 곳이지?” “인생 폼나게 한번 살아보려면 어디에 터를 잡아야 할까?” 우리는 이처럼 살고 싶은 곳에 대한 관심이 많고, 어디에 터를 잡으면 좋을지 고민도 많습니다. 마음만 먹는다고 어디에 바로 터를 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거처를 정하는 것은 경제 형편과 가족 모두의 생활수요 등 많은 점을 고려하며 신중히 결정해야 할 중차대한 문제이지요. 하지만 현실의 삶이 고될수록, 또는 현재가 고인 물처럼 꽉 막혀 있고 너무 따분할 때, 거처에 변화를 줘 삶의 돌파구를 찾으려는 우리의 몸부림 또한 강해집니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 후 귀촌귀농을 꿈꾸는 요즘, 나이 들어 살 만한 곳에 대한 로망도 날로 커집니다. 그래서인지 조선시대의 지리서로서 18세기의 옛사람들이 생각하는 가거..
젊어선 늘 위만 쳐다보았습니다.오르막길도 당연시했습니다. 정년퇴임을 얼마 앞둔 지금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동시에 눈에 들어옵니다. “고지(高地)가 바로 저긴데 여기서 멈출 순 없지” 하며 머리는 좀더 오르막길을 지향하지만 마음은 조용한 하산길을 권합니다. 불광불급의 과욕이 낳는 커다란 시름보다는 과유불급의 소소한 여유 한 자락을 얻고 싶습니다
포크 레인은 무소불위의 힘을 자랑합니다. 뾰족한 삼지창으로 무성한 잡풀바다를 삽시간에 쓸어버리고 큰 삽으로 흙을 퍼올려두터운 바퀴 자국으로 땅을 돋우더니 널찍한 부지 하나 뚝딱 만들어냅니다.도깨비 방망이 요술이 따로 없습니다. 그 땅 위에 무엇이 들어설지는 아직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돈 냄새 물씬 풍기며 사람 얼굴에 잔뜩 그늘을 드리우는 천박한 건물만 자꾸 들어서기보다는 사람들 얼굴에 미소 드리우고 사람의 심호흡을 돕는 녹지 공원도 섭섭지 않게 조성되길 그저 바랄 뿐입니다.
올봄엔 통영 앞바다에서 화사하게 빛나는 윤슬을 실컷 즐겼습니다올가을엔 철원 한탄강 협곡에서 은은하게 빛나는 윤슬을 배불리 맛보았습니다 갑작스레 추워져 초겨울 날씨인 요즘 동네호수엔 잔잔한 윤슬이 자주 놀러옵니다. 햇빛은 어디서나 평등하게 존재하고강이건 바다이건 호수이건 우리 주변엔 물도 즐비합니다. 윤슬은 해와 물이 있는 곳에선 어김없이 자신을 드러냅니다.물은 햇빛을 만나 윤슬 다둥이를 낳습니다.
폐허 위에 핀 붉은 꽃. '둥근잎 유홍초'라는 꽃이름답게 붉디붉은 꽃! 얼핏 보면 잿빛 폐허와 붉은 생명은 상극이자 절대 부조화. 한참 쳐다보니 폐허더미에서도 생명을 피워낸 붉은 꽃 덕분에폐허의 잿빛은 크게 줄어듭니다 오래 지켜보면폐허가 덜 애잔해 보이며꽃과 묘한 앙상블을 이루기조차 합니다 폐허의 잿빛마저 지워버리는 붉은 꽃의 힘이 그저 경이로울 뿐입니다.
나무만 나이를 먹는 건 아닙니다.나무에만 나이테가 있는 건 아닙니다. 바위도 나이를 먹습니다. 바위 머리부분의 나이테 비슷한 무늬가 그것을 증명합니다 강가의 바위도 오랜 세월 거센 강물과 비바람에 깎이고 다듬어지면서 타원형 나이테 무늬를 자신의 몸에 새깁니다 바위도 나이를 먹습니다. 그렇게 조용히 늙어갑니다.
요즘 산길엔 노랑색 천지입니다. 생강나무 잎들이 노랗게 물들며 화사한 색채로 가을 산의 허전함을 달랩니다. 노랑옷의 생강나무 단풍잎이소멸의 시간으로 깊숙이 진입하는 쓸쓸한 가을 산을 위로합니다. 가을 산엔 초록색도 여전히 건재합니다. 모든 게 떨어져나가고 울긋불긋 물들어도산의 원래 상징은 푸르름이란 걸 입증하듯 녹색 군복으로 무장한 누리장나무 잎이 가을 산 곳곳을 늠름히 지키고 있습니다.
잔도(棧道; plank road)가 생기자 협곡에의 접근도는 한층 높아졌습니다. 그간 절벽에 매달려 목숨을 담보로 난공사에 참여한 분들의 헌신과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절벽을 바짝 끼고 굳이 걸어야 하나? 살짝 의문도 듭니다. 자연의 과도한 이용이 생태계 훼손을 초래하는 건 아닌지 두루 살펴볼 일입니다. 건너편 언덕에서도 협곡과 강물이 잘 내려다 보이는데 이렇게 절벽에 매달려 협곡의 속살까지 죄다 들여다볼 필요가 있는지 도통 모르겠습니다. 이왕 만들어진 것이라면해당 지자체는 주변의 자연보전과 안전점검에 만전을 기하고 이용객들도 생태발자국을 덜 남기기 위해조심스레 잔도 위를 걸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