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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스토리 텔러 (포토 에세이 블로그)
* 이글은 정년퇴임 기념 고별강연 시간에 제가 후학들에게 꼭 전하고자 한 마지막 당부말씀을 글로 풀어본 글입니다.---------------------------------- 최근 제가 쓴 책을 젊은이들에게 선물로 주면서, 책 속지에 직접 써주는 글이 있습니다. ”책 속에 길이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그 길을 갑니다.” 라는 글귀입니다. 저는 정말 책 속에 길이 있다고 확신합니다. 우연히 어떤 책에서 발견한 단어 하나나 하나의 문장이 뭔가 세상에 대해 더 알고 싶은 우리의 궁금증을 낳고 그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다른 책을 펼치면 거기서 더 높은 곳으로 한 단계 더 점프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책을 읽으면서, 마치 ‘번데기가 애벌레가 되듯이’ 자기 고양(..
이제 사람이 사람답지 못해 야기된 3차원의 갈등 양상과 그 기본적 치유방향을 찬찬히 살펴보겠습니다. 고별강연의 대상이 행정학과 학생들이기에 미래의 공직자로서 갖춰야 할 소양을 중심으로 논의가 되는 점을 널리 양해 바랍니다. 첫째, 인간 대 인간의 갈등입니다. 이윤추구를 위한 무한경쟁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는 속도효율, 성과효율을 잣대로 사람들을 한 줄로 세워 왔습니다. 사람들은 남보다 뒷전에 서지 않기 위해 무한경쟁, 벌거벗은 경쟁에 너도나도 뛰어들었습니다. 한때 유행했던 ‘부자 되세요’라는 CF가 이런 상황을 웅변합니다. 그 누구도 삶의 경쟁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경쟁에서 밀려나지 않고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한 과정에 각자도생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성과효율에 따라 사람은 획일적으로 줄 세..
* 32년간 정들었던 강단을 떠나는 정년 퇴임 기념 고별강연(강연주제: "행정불이>, 사람다움, 마지막 당부")에서 했던 강연내용을 글로 풀어서 2회에 걸쳐 블로그에 싣고자 합니다. 글의 제목은 이 블로그의 한 쪽지인 ‘두 글자의 사유’에 맞게, ‘갈등’이라는 두 글자로 대체합니다. 먼저 이번 글인 갈등(I)은 우리가 불이의 관점으로 보아야 할 것을 제대로 보지 못해 생기는 갈등이 3차원으로 발생함을, 다음의 글인 갈등(II)는 사람이 사람답기 위해 필히 취해야 할 3차원의 갈등 치유전략을 담고 있습니다. 강연에서 했던 마지막 당부 부분은 별도의 '당부'란 글로 싣고자 합니다. 그럼 이제 갈등(I)부터 글을 시작해보겠습니다. -------------------------------------..
바람이 수면 위를 강타하니세차게 파동이 일고, 물속의 집들도 이리저리흔들리고 뒤틀리며 요동칩니다. 거꾸로 처박힌 집들이어서인지,더 불안해 보이고 안쓰러워 보입니다. 어서 바람이 잦아들었으면 합니다. 물이 평정심을 찾아세상 혼돈도 줄어들었으면 합니다. 바람이 수면과 만나 생긴 찰나의 동요였지만 새삼 평온과 평정심의 가치가 크게 느껴진 어느날 오후였습니다.
세상 모든 것이 소멸의 시간으로 들어갑니다. 많은 나목(裸木)들과 얼마 남지 않은 늦단풍이 소멸의 시간을 상징합니다. 그 속으로 걸어가는 노인의 발걸음에도 소멸의 냄새가 짙습니다. 마지막 몸부림을 다하는 화사한 늦단풍처럼,이생의 마감을 앞두고 마지막을 불사르는 노인의 마음 불꽃도 한껏 존중하고 싶습니다.
수면 위도 부산한 느낌이지만수면 아래는 더 부산하고 분주합니다. 수면 아래엔 연잎들이 잠수한 채 숨어 있고 연꽃대들의 그림자도 물속에서 선명합니다. 수면 위는 수면 아래를 규정하지만수면 밑은 수면 위를 좀더 풍성하게 반영하기도 합니다. 수면 위와 아래는 대개는 대칭을 이루지만이곳에선 비대칭의 미학이 엿보이기도 합니다.
지난 32년을 회성(回省)하니 미국의 무성영화 시대를 이끌었던 배우이자 감독인 찰리 채플린의 말이 생각납니다. ´“세상사는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말입니다. 저의 경우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돌이켜보면 “왜 이리도 강의가 잘 안되지?” “왜 이렇게 논문이 안 써지지?” “왜 학생들은 내 마음을 몰라주지?” “교육부 당국은 무슨 권리로 돈 몇 푼 재정 지원하는 구실로 대학의 자율 운영에 과잉 개입하지?” 등등 매일의 일상은 고통과 좌절의 연속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나고 나니 그런 고통과 좌절의 순간이 제가 교육자로서나 연구자로서 좀더 힘을 내고 마음을 다잡는 담금질의 기회로 축적되어, 이제 무탈하게 정년의 순간을 맞이하도록 든든한 연결고리가 되어주었던 것 같습니다. ..
마지막으로 교수로서의 사회봉사 영역을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부끄러운 마음으로 저의 오답노트부터 공개하고자 합니다. 솔직히 저는 학교 보직엔 잘 안 어울리는 스타일이라고 스스로 생각해 왔습니다. 평소 제가 생각하는 다음과 같은 리더의 3가지 덕목 면에서 볼 때 그런 생각이 크게 들었던 것입니다. 첫째, 가이드(guide) 능력입니다. 조직이 나아가야 할 비전의 제시 혹은 일종의 큰 방향잡기이지요. 그런 점에서 가이딩 능력은 리더의 가장 기본적 덕목이라고 생각됩니다. 둘째, 치어링(cheering) 능력입니다. 조직의 장이 아무리 좋은 방향으로 조직을 이끌어도 하위자들을 강압적으로 다스리는 파쇼체제 하에선, 조직이 건설적 방향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고래도 칭찬하면 춤을 춘다”라고 하지요. 열성을 다..
이제 연구분야를 살펴보겠습니다. 대부분의 교수님들처럼 저도 강의의 효능성을 위해 당대의 시의적절한 연구주제를 찾고 그 공부의 결과물을 다시 교육에 반영해 좀더 현실감 있는 교육이 되도록 교육-연구의 공진화를 도모했던 것 같습니다. 즉 교육-연구의 연계성 확보를 위한 상호 피드백을 중시한 것입니다. 물론 제가 이런 피드백에 어느 정도 성공했는지는 자신할 수 없지만 꽤 많은 노력은 했습니다. 그러니 자연히 모든 text는 그것이 쓰이는 당대의 맥락(context)에서 나온 것임을, 즉 책이 쓰이게 된 배경맥락인 context와 그 결과물인 text의 상관성도 연구에서 중시하게 되었습니다. 교수생활 초기(1994-2006)엔 앞의 교육 분야에서 말했듯이 한동안 가르치는 데 급급했습니다. 제 전공 말고도 지방..
1994년 지방의 한 국립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로 임용되었습니다. 당시 제가 속한 학과는 그해에 막 문을 열고 처음으로 학생을 모집한 신설학과여서 교수 수가 절대 부족했습니다. 법학을 전공하신 선임교수 한 분이 법학 과목을 담당하시니, 행정학 분야의 상당수 과목은 막 전임이 된 제가 처음엔 전담해야 할 형편이었습니다. 대학원 공부를 할 때 제가 전공으로 한 과목은 행정이론, 행정철학, 국가론 등 거시적, 관념적 공부였습니다. 그런데 제가 자리잡은 행정학과의 핵심 이수과목은 지방대학의 특성상 지방행정, 도시행정, 인사행정 등 실용적 과목들이었습니다. 신설학과여서 그 과목들을 가르칠만한 전공자가 아직 없다 보니, 그래도 막 전임이 된 제가 처음엔 이들 생면부지의 핵심과목 강의를 맡게 되었던 것입니다. ..